著書/삼계탕(2005)

보라매 공원에서

온달 (Full Moon) 2015. 4. 10. 19:41

보라매 공원에서 / 석현수
 
 
  
지금은

청주 어드메 고을

메추리 한창 부화할 시기이다.

 

남들은 다 풀린 절기라 해도

2월 꼬박 한달을

쇠똥구리처럼 딩굴며

밀리며 부닥기며

무딘발로 절룩거리며

든든한 개 가죽도 트게 한다는

꽃샘 추위까지

일몰에야 스팀가를 찾아드는

풋내기 병정들의 애환(哀歡)이 서린 곳

대방동 


야전용 목침대

'군용(軍用)' 이란 활자 박힌 모포를 덮고

처음으로 군대 냄새를 맡았던

잠 을 설치며 고향 어머님이 생각났던

입영 첫날 밤

이후는 눈 뜨면 조식을 기다리는 녀석이 되어

삼립빵이 사랑보다 더 달콤했단다

노란 부리에

꽃수술 달고

메추리 부화하던 삼월 입학식

그리고 친지 면회,

해 빠지면 소화제 처방으로 목숨건 선착순

1966년

닭우는 소리도 들렸던 대방동은  사라지고

고품격 아파트 숲으로 둘러 쌓여

간신히 공원으로 살아남은 하얀 병동과 몇 그루 나무로

유적같이 잔류한 보라매 공원

지하철 2호선 순환열차는

메추리 대신 선착순인양 연병장 위로 달리고 있었다

 

 


*공사(空士)에는 신입생을 메추리라 부른다.
 상급생들이 독수리라고 생각하면 작고 볼품없는 새가 메추리다
 대방동 보라매 공원에 위치했던 공사는 오래전 청주 성무대 캠퍼스로 이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