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삼계탕(2005)
새벽녘에
온달 (Full Moon)
2015. 4. 10. 19:47
새벽녘에 / 석현수
새벽은
미화원 아저씨의 빠른 빗질속에
밝게 열려지는 건 아닌가 보다
길 건너
빛을 잃은 가로등에 기대인 체
어둠으로 내지르는 사내의 용기도 시들해 지다
이윽고
포도위에 쏟아내는 한웅큼의 구토와
난수표 같은 중얼거림
새벽 찬 공기에 한기(寒氣)라도 들까부다
어둠속 가면극
혼자만의 독백
가까스로 괴성을 질러 보지만
소리는 목구멍을 넘지 못하였다
새벽은 탱크로
훼방군을 짓누르고
성큼 성큼 제 갈길로 올라서는 것이다
엠불런스 한 대가
사내를 태우고 사라지다
안녕하신 분들끼리 인사가 시작되기전
미화원 아저씨 억센 빗질이 분주하다
아침은 절로 오는 줄 알았는데
어제 할 이야기를 다 못한 사람이 있는한
밤은 어렵사리 가고
미치도록 서러운 사람도 있었나 보다
새벽 맞이가 그리 쉬운일이 아닌 사람이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