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삼계탕(2005)

수의(壽衣)를 말리며

온달 (Full Moon) 2015. 4. 10. 20:32

 

 수의(壽衣)를 말리며 / 석현수 


 
꼭 집에 다녀 오셔야 하셨던
어머님의 속 사정은
정마철전
유월의 긴 햇살에 당신께서 입고 가실
수의를 말리시고져 하심이었다.
어머님 용안 만큼이나
오래된 장농을 밀치니
누런 신문지에 감싼 당신의 수의가
밀폐된 가슴으로 답답하게
겹겹이 묶어져 있었다.
윤달이 있는 해에 장만하면 길하다 하여
남 몰래 준비하신 수의
행여 갑작스런 어려움을 당해도
한 걱정이라도 덜어 보라는 어머님 사랑이셨건만 

 

자식들은 이다지도
서러운 어머니를 만들어
여윈 어깨에 걸린 외로움이
세월을 통곡하게 하고 있을까?
수의를 받쳐든 맘은
이옷을 입어야 하는 슬픈 그날 보담
더 북받친 아픔의 현실 때문에
명주고름 적삼을 헤쳐 보시는 지도 모른다. 

 

이 깃을 두르고 끈을 저리 메고
저 보자기를 뒤집어 쓰면
여기쯤 모든 행장이 끝날텐가?
북망산천 휘이 훠이
상두꾼의 구성진 소리가
세어 나오는 작은 보자기의 수의 속에는
진한 나프타린의 내음이
나의 불효한 마음을 살충하고 있다. 

 

늦봄날
장대위에 받쳐올린 어머님의 수의는
훗날 슬퍼할 자식의 마음처럼
천갈래 만갈래로 흩어지며 나부끼며
슬픈 마음의 만장(輓章)을 받쳐들고 나는 서성이는데
욕심도 고통도 없으신
저승의 길이 되고파
차라리 재촉하고 싶은
기다림의 날을
한번 펼쳐 보심이리라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