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돼지(2007)

구둣솔로 남으리라

온달 (Full Moon) 2015. 4. 12. 11:01

구둣솔로 남으리라 / 석현수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虎死留皮〕

정해(丁亥) 생(生) 돼지는 무엇을 남길까?   

 

생각해 보니

살아 큰일 한 것 같지도 않고

이름 석 자, 목숨 건, 싸움도 없었구나.

대과(大過)도 무리(無理)도 없었다면

물 흐르듯 자연스런 길이었을까?

풍진 세상 헤쳐 오며

인생 구비 마다 속보이고 치졸(稚拙)했을

잔(小) 것 여럿의 누적된 허물이

죽을 죄 하나 보다 결코 가볍지 않을 터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어찌 성함이 있으리오. 

 

돼지 같은 삶

얼룩진 흔적 없애 보려

나는 죽어서 구둣솔로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