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신발
마지막 신발
석현수
공원 이곳저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열심히 걸음마 연습을 하고 있다.
가만히 보니 이 분들은 한 결 같이 좋은 신발을 신고 있다.
성할 때는 몰랐는데 몸이 불편하고 보니 걸어 다니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더라는 생각이 들어서
발에다 특별히 값진 대접을 해 주는 것이리라.
아니면
내가 걸어 다닐 날이 얼마나 될 까?
걸어 갈 길이 얼마나 멀까?
운동화가 다 닳아도 좋으니 제대로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그런 마음의 표현을 담아
좋은 신발을 신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활동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발 한 켤레로 보통 3년을 지낸다.
그렇게 오래 신을 수 있나 생각하겠지만,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신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다.
길게는 5년이며 노인들일 경우 10년 일수도 있지 않을까?
아마도 이 한 켤레가
본인의 마지막 발 치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깟 신발 한 켤레가 무슨 큰 사치가 되랴.
요즘 젊은이들은 차를 신발에 많이 비유한다.
그래서 발도 없이 어떻게 가느냐고 묻는 다면
얼른 차편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으로 알아듣는다.
동네 주차장에 누가 벗어놓은 신발인지 몰라도
항상 비까번쩍하게 광택을 유지하면서
벗어놓은 신발(차) 하나가 있다.
우연히 마주치고 보니 이웃 노인네의 승용차다.
이 승용차는 노인이 제일 아끼는 소중한 노리개이기도 하고,
때론 희망의 적토마가 되기도 하여
이 노인은 차를 닦으며 마냥 달리는 꿈을 꾼다.
나는 차를 오래 타는 축에 든다.
지금 것은 구입한지 벌써 10년이 되었으니
곧 차를 바꿀 때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차를 사야하나?
이제는 좀 안전성이 있고 제반 장비가 잘 갖추어진 것을
구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후진 할 때는 고개가 잘 돌아가지 않을 테니
뒤쪽 상황을 쉽게 볼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길눈이 점점 어두워 질 테니 항법장비는 기본이고,
위급상황에 급히 대처하는 능력도 줄어들 테니
브레이크 시스템도 자동화 된 것이라야 할 것이다.
이것저것 사양을 주워 모으다 보니
차가 점점 고급스럽고 가격이 높아져 버린다.
이제 몇 번 더 차를 살 수 있을까?
지금 차량을 구입하면 향후 십년은 더 타야 할 터인데
이런, 이번이 마지막 차량 구입이지 않겠는가.
내 몸을 한번 대접해 주고 싶어진다.
아쉬운 마음이 강하게 작용하여
그만 분에 넘치는 호사(豪奢)를 기획하는 것이다.
공원에 노인네들이 신고 있는
값비싼 운동화 생각이 났다.
또 이웃 영감님의 적토마(赤兎馬) 모습도 떠오른다.
차나 닦으며 여생을 보내지나 않을 런지
모를 일이라 생각하니 새 차를 산다는 것은
마지막 신발을 신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냥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