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온달(2008)

시를 기다리며

온달 (Full Moon) 2015. 4. 13. 15:18

시를 기다리며

 

                                석현수

 

 

마음이 싱거운 날은

몸이 더 허(虛)하다

잡기장에 몇 줄 글 극적여 놓고

벌써 해가 빠진다

시(詩)의

첫 운율은 신(神)이 내린다는데

종일토록 화두(話頭)를 기다리다

끝내 말을 아끼고 말았다

내 영혼을 불사를

너를 향한 뜨거운 열정(熱情)은

언제쯤 타 오를 것인가

용트림으로 솟구쳐 오를 것인가

맴돌다만 시상(詩想)

속알이로 만 머문 내면의 것들이

뜨거운 용암(熔岩)으로 흘러내리는 날엔

줄줄이 사연들을 적어 내리고 싶건마는

시(詩)여

환상의 언어들이여

언어의 괴로움이여

미궁(迷宮)의 감정들이여

언제까지 내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을 것인가

아침에 눈을 뜨면 시를 생각하고

잠자리에서도 시를 생각하고

시로 꿈을 꾸며 살고 있다는

어느 시인의 이야기가 너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