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무대를 보다가
가요무대를 보다가
석현수
금번 11월 첫 가요 무대는
1,000회 기념이라고 합니다.
매주 한번 꼴로 계산해 보니
줄잡아 일 년에 50회쯤은 방영 되었을 거고
그러고 보니 어름 잡어
20년이 된 것 같습니다.
방송 도중 옛날 처음 시작 했을 때의
초(初)회 방영 내용을 기념으로 내 보내 주었습니다.
아랫부분의 자막을 보니 1985년 11월이 적혀 있어
주먹구구 계산이 거의 비슷하게 갔었구나했고,
정확히 21년 전 일이었습니다.
당시 이미자, 조영남은 젊은 얼굴이었고
가수 혜은이도 홍안이었으며
김동건 사회자의 젊은 모습은 물론이 거니와
후배가수를 띄어 준다고
이미자로부터 전도양양한 신인가수라고 칭찬을 받고
흐뭇해하는 주현미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흘러간 노래를
실어 나르던 가요무대가 1,000회이고 보니
노래를 불렀던 사람도, 사회를 보았던 사람도
지금은 흰머리가 쇠었을 테지요.
내가 마흔 살에 들었던 재방송 가요무대 노래는
생전의 아버지 어머님 모습을 생각나게 하며
20년이 훌쩍 지난 가을에
또 다른 감회로 제가 다가옵니다.
마치도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을 넘어선 듯 말입니다.
그때 아버님 나이 예순 다섯 (1985년)
지금 자식 나이 예순 (2006년)
아버님이 잠겼던 애수의 가을 분위기도 이랬을까요?
돌아 가신지도 벌써 15년이나 되셨는데.
지난 그리움이 와락 밀려와서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님도 다른 집 어르신들처럼
가장 좋아했던 프로그램이 가요무대였었지요.
두 분 모두 가신지도 한참이 지났지만
그 노래들은 후배가수들에 의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앉으셨던 그 자리에 자식 또한 이순의 나이가 되어
두 분의 바턴을 이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헤일 수 없었을 수많은 밤을
그리움은 가슴마다 사무처 흐를 동백꽃 세월
노래 가사를 곱씹어 보며
추억에 잠기고 있습니다.
세월도 가고 비록 두 분도 떠나셨지만
가요 무대가 있는 한
아버지 어머님은 항상 저희와 함께 하고 계시옵니다.
아, 아, 우악새 슬피 우니 가을 인가요?
가을에 문득 문득 두 분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