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나부랭이(2009)
나부랭이 시집 서문
온달 (Full Moon)
2015. 4. 14. 15:35
시인의 말
친구며 이웃이며, 녹 난 생각들을 헤치어 햇볕에 쬐어 봅니다. 빛바랜 사랑에도 덧칠을 해 봅니다.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다 남은 여분의 흥이기에 넘치는 격정 없이 시나브로 떠오른 소소한 것들을 가락으로 실어, 단전에 손 모우고 목청을 곧추세웁니다.
생각은 숭숭히 골 다공이 들어 엉성하고 허수가 많아집니다. 주책머리 없는 말들이 늘어나고, 공연히 편치 않을 소리도 하게 됩니다. 속 넓은 그대라도 있어 넋두리들을 받아 주면 좋겠습니다. 곧 날이 저물고 바람이 차가와 지면, 창문은 닫히고 서툰 노래 소리도 멈춰 서게 되겠지요.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하지만 간간이 몇 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요. 사람 소리를 내고 산다는 것은 새롭게 사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음에는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 속에, 습작들을 정리해 쑥스럽게 내 놓습니다.
2009년 봄 석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