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꽃보다개(2013)

남산동 매미

온달 (Full Moon) 2015. 4. 17. 08:50

남산동 매미 

 

석현수 

 

  

죽으라고 울어대는 매미는 밤낮이 없다. 30도만 넘으면 자동경보기처럼 작동을 한다. 아파트 단지이니 시멘트의 복사열도 높겠다, 조명등은 대낮처럼 밝으니 미물에겐들 어찌 밤이 밤일 수 있을까. 울다 죽자고 작정이나 한 듯 떼 지어 운다.  

  

세상이 좁다고 설치던 시절에 자주 남산동 땅 집에 들락거렸다. 성냥개비 코에 꽂고 꽃방석 구겨 등에 업고 곱사춤 굿거리장단에 띵 가당 거렸다. 열기가 달아올라 30도를 넘기면 일제히 매미가 되어 울었다. 유성기留聲機는 죽고 육성기肉聲器는 신 나게 돌아가고, 막걸리 몇 순배 더 돌면 자정 넘어서까지 소리가 넘쳐났다. 처음엔 좋아라 놀고 그러다 덥다고 징징거리고 막판에는 서럽다 울었다.  

  

땅 집 막걸리 촌은 이제 떵떵거리는 곳이다. 그 자리에 허브스카이Hub Sky라는 기린 같은 놈이 버티어 서고, 구멍 하나에 몇억이 된다는 그린코아Green Core는 마천루가 되어 서 있다. 하나같이 서른 층을 넘는 것들이다. 사람도 인생 역전이 되고 집도 빈촌 역전逆轉이 되어버렸다. 내려다보던 집들이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보아야 한다. 땅 집 있던 자리도, 매미 울던 소리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숫제 바깥소리가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중삼중의 방음창 설비야 기본이 아니겠는가.  

 

외씨버선 흰 고무신이 술잔이 되고, 접시는 비행접시가 되어 천장을 날아오르면 취기의 영웅들은 달구벌의 화랑이 되어 천관녀天官女를 찾아 나섰다. 잘나가는 청춘들이었다. 매미만 쳐다보고 사마귀들이 기어올랐다. *당랑박선螳螂搏蟬을 이제서야 알아듣는다. 모든 것 다 얻은 듯해도, 지금 돌아보니 세월에게 다 털리고 매미 우는 밤이 권태롭고 지겨워진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다. 비 오듯 쏟아지는 매미 소리로 잠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도 매미들과 더불어 같이 울어나 볼까? 아니야, 지금 그때의 그 사람들은 대부분 e-편한 세상에서 잠들어 있을 것이다. 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만 울고 있을 것이다.  

 

*당랑박선螳螂搏蟬

『장자莊子』산목편山木篇

소리치는 매미, 이를 노리는 사마귀, 그 사마귀만 보고 날아든 까치, 그 까치에 화살을 겨누고 있는 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