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라 침묵이 금이아니다
말하라 침묵이 금이아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대개 부적절하거나 농이거나 불필요한 것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고 하면 좋은 말들은 잘 하지 않는다고도 한다.말이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우리가 살아 보면 너무나 잘 안다. 거품 같은 말들을 하루 종일 지껄이고 진정한 말의 진실을 꿀꺽 삼키며 내일로 가는 사람들은 갈증이 심하다. 적당량의 수분이 몸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정신적 갈증에 허덕이는 사람들, 그들은 대개 말의 갈증에 시달린다.
말을 많이 했는데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바로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말의 진실을 전하지 못한 불안이 화기처럼 몸속에 타고 있기 때문이리라. 친숙한 사람들끼리는 눈으로 말한다고도 하고 친한 사람들끼리 가족끼리, 아니 부부끼리 말 좀 안 하면 무슨 일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마음에만 있으면 되는 일이지 꼭 말을 해야 하느냐고 마음만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기침을 참을 수 있던가.
지독하게 가려운 곳에 손을 안 댈 수 있겠는가. 진심으로 마음에 있으면 말하게 되는 것이 인간적 본성의 아름다움이다.그동안 너무 말을 아껴 왔다.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일본의 세대들은 요즈음 만세삼창을 외치며 세 가지 말을 지속적으로 하자는 결의안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대로 먹고사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느라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미루고 살았던지라 아내들의 불만으로 늙어 외로운 나이에 아내들이 이혼장을 들먹이자 이혼예비군들이 새로운 말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중인 것이다.
1. 두려움 없이 미안다고 말하라 2. 주저없이 감사하다고 말하라 3. 부끄러움 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라.
이 세 가지 말을 하루 몇 번이고 실천함으로써 화가 난 아내들을 달래고 은근히 노후를 화해하기 바라는 적극적인 사랑 고백인 것이다. 말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가.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말을 삼키면서 살아왔는가. 위로가 되고 따뜻한 물 한잔 같은 말은 가슴속에 누적되고 화가 치미는 말로 상처를 주고 상대의 가슴에 멍이 되는 말은 어김없이 뱉어 버리며 마음과는 다르게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너 알지 !’ ‘내 속을 잘 알거야 !’ 그렇게 속으로 말하면서 화를 키워 오고 서로가 외로웠는지 모른다. 돈도 들지 않는 말을 우리는 왜 그토록 하지 못했을까. 부부·자녀 사이, 이웃 친구들, 동료들 모든 사람에게 너무 말에 인색했었다. 사랑해 ! 이 말이 그렇게 쑥스럽고 부끄럽고 별 뚱딴지 같은 말일까. 히말라야를 오르는 일같은 그런 거대담론인가.아니다 ! 우리 단호히 말하자. 그것은 일상의 가장 우선되는 말의 시작이다. 영국의 중산층은 미안해요·감사해요·사랑해요 이 세 가지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사람됨을 측정한다고 한다.
‘밥 먹자’라는 말과 다르지 않게 아주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습관을 익혀야 할 것 같다. 그것만이 왠지 불안하고 주머니가 초라해지고 주눅이 들어가는 오늘의 추위를 이겨 내고 힘을 기르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새해는 선거철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많은 거품 같은 말에 치여 넘어지겠는가. 그런 말의 껄껄한 풍요 속에서 마음의 위로가 돼 두 손을 녹이는 마음속의 말을 꺼내 사랑을 이야기하는 새해가 되기를 빈다. 그리고 며칠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에서 소중하게 말하자. 미안해, 감사해, 그리고 사랑해라고.
<신달자 시인·명지대 교수 dalja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