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 이상화
시인에게
- 이상화
한 扁의 詩 그것으로
새로운 世界하나를 낳아야 할 줄 깨칠 그 때라야
詩人아 너의 存在가
비로소 宇宙에게 없지 못할 너로 알려질 것이다.
가문든 논에는 청개구리 울음이 있어야 하듯
새 世界란 속에서도
마음과 몸이 갈려 사는 줄 풍류만 나와보아라
詩人아 너의 목숨은
진저리나는 절름발이 노릇을 아직도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日蝕된 해가 돋으면 뭣하며 진들 어떠랴.
詩人아, 너의 榮光은
미친개 꼬리도 밟는 어린애의 짬 없는 마음이 되어
밤이라도 낮이라도
새 世界를 낳으려 손댄 자국이 詩가 될 때에 있다.
촛불로 날아들어 죽어도 아름다운 나비를 보아라.
이상화 시인(1901~1943) <시인에게>
작품 <시인에게>는 1926년 4월 『개벽』68호에 <통곡>과 함께 발표되었다. 1925년과 1926년은 상화 선생께서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인 시기인데, 그런 사실을 반영하듯 시인의 뜨거운 시정신이 배어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시인이 어떤 정신과 태도로 시를 써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디. 시는 3연으로 짜여있다. 시인의 존재, 시인의 목숨, 시인의 영광이 각 연의 중심이다.
첫째 연, 시인의 존재는,
현 편의 시가 새로운 세계하나를 낳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시인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 하나를 창조한다는 의식도 없이 시 쓰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결국 그런 의식을 가지지 못하면 시인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가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인의 존재뿐만 아니라 시의 존재 이유까지 포함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둘째 연, 시인의 목숨은,
새 세계를 창조한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어 시를 써야 시인으로서의 목숨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를 쓰는 것에 대한 경고다. 시가 관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의식없이 풍류만 쏟아놓으면 절대 온전한 시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연, 시인의 영광은 밤낮 가리지 않고 창작의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의 영광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를 위해 헤매는 고뇌와 고통이 시가 될 대에 생긴다는 것이다. 고통 없는 영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촛불로 날아들어 죽어도 아름다운 나비를 보아라.’라는 구절로 마무리 하여, 그의 시정신이 얼마나 뜨거웠던가를 강렬하게 인식시키고 있다.
-문무학<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