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美世麗尼(2018)

유리 천장을 넘어서

온달 (Full Moon) 2018. 2. 15. 15:28




유리 천장을 넘어서

 

 

"제 어머니의 딸로서, 제 딸의 어머니로서 여기에 서서, 저는 이런 날이 왔다는 것이 실로 행복합니다. 할머니들로부터 어린 소녀들, 그 사이의 모든 분들 덕분에 행복합니다. 물론, 소년들과 남성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미국 땅의 모든 장벽이 무너질 때, 그것이 그 누구의 장벽이든 간에, 그건 모두를 위한 길임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천장을 거둬내면, 저 높은 하늘이 남을 뿐입니다. 그러니 계속 나아갑시다. 미국의 1억 6천 1백 만의 여성들과 소녀들이 그녀가 가져야 할 기회를 누릴 수 있을 때까지."

– 힐러리 클린턴의 미국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중에서

 

 

비록 대선에서 승리는 하지 못하였지만 그녀가 없애려고 한 것은 여성으로서의 한계, 즉 유리천장을 없애는 일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를 치우고자 했던 후보자의 패기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습니다. 유리천장 바로 아래까지 다다라 대선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맨해튼 유명장소에 기쁨의 세리머니를 위한 자리까지 마련해 놓았답니다. 아뿔사 판세가 역전이 되는 바람에 그만 머쓱해져 버렸지요. 유리천장을 깨고 정상으로 불쑥 하늘로 솟아올랐더라면 우리가 크게 받았던 박수보다 더 큰 흥분이 있었겠지요.

 

이렇게 어려운 한계를 넘어 하늘로 치솟은 분이 지금 처하고 있는 곤경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하늘은 늘 파랗고 아름다운 곳이지는 않았습니다. 역동적이어서 바람이 그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시쳇말로 바람 잘 날 없는 곳이었지요. 마냥 부럽고 좋은 것만 있는 곳이 아니라 추락의 위험도 함께 도사리고 있는 금단禁斷의 곳이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다가는 땅이 너무 멀어져 낭태를 당하기 쉽습니다. 곤두박질칠 때는 매정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어느 작가의 소설 제목도 떠오르고요…. 마키아벨리의 권력론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힘센 수탉 한 마리가 다른 수탉들을 물리치고 모든 암탉을 차지한 후 지붕에 올라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지요. "이제 세상은 내거야!" 라고.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독수리 한 마리가 나타나 수탉을 채 가버렸다지요.

 

높은 자리는 남성만의 전용물이 절대 아닙니다. 이를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고 세계가 우리를 부러워했습니다.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이란 한계를 걷어낸 것은 역사적인 쾌거였습니다. 높은 곳에 오르면 멀리 볼 줄도 알아야 하고, 춥고 어두운 곳도 세밀히 살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민심이 떠나면 무너지기는 눈 깜짝할 사이지요. 자리가 무거울수록 떨어질 때는 중력에 의해 가속도가 더 붙습니다. 잘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잘 내려오는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유리천장을 치울 때 썼던 사다리를 딛고 조용히 내려오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 드리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