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운문

백자부 白磁賦

온달 (Full Moon) 2018. 3. 15. 19:05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 끝에 풍경(風磬)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 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켜 날고 시내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드노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 순박하도다.

 

                                           1947년 김상옥

김상옥 金相沃  (1920~2004)

호 : 초정(草汀·艸汀·草丁)

경상남도 통영 출생. 시인: 대표작 『초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