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日常小小
3월 백설부白雪賦)
온달 (Full Moon)
2018. 3. 21. 09:13
봄눈에 세상이 어지럽다
새벽 창 여니 갑작스레 벚꽃이 휙 들었다
가로수 마다 만개한 하얀 꽃
새벽녘 성급한 상춘객을 위한 장난이 있었던 모양이다
얼른 사진기를 열고
풍광을 담는다
봄눈은
2004년 3월 5일을 생각나게 한다
충남 서산까지 친구 부인상 다녀오던 날
100년 만의 큰 눈이라며 나라가 대단히 소란스러웠었다
제설차들이 조금씩 앞을 헤쳐 길을 트는 동안
나는 차 속에서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
첫 장 첫 페이지를 떠올렸었다
"긴 터널을 지나자 눈의 나라가 펼쳐졌다"
어느새
시인이 되어
복사꽃 피던 마을은 어디메?
영동을 지나 긴 터널을 빠져 나오고
또 다른 눈의 나라가 펼쳐지고 있었다
봄눈이라면
친구도 간밤 잠을 뒤척였을 것이다
비록 새살림 차렸다는 소식은 전해 듣고 있지만
하얀 눈 세상을 덮고 있으니*
창밖으로 망부가(亡婦歌) 내 보내고 있겠지
정 많고 따뜻했던 사내
가슴으로 참 눈물
흘렸겠지
*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제: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덮힐 때
성삼문 (1418~1456)의 시조에서 인용
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