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 정도로 바다에 비할 것 인가
황하 정도로 바다에 비할 것 인가
황하강의 신 하백河伯이 바다에 이르자, 북해의 신 약若에게 비로소 의기양양하던 낯빛을 바꾸어 대해大海를 바라보며 감탄하며 말했다 (望洋興歎망양흥탄)
“속담에 ‘도리를 좀 알면 아무도 자기만한 사람이 없다고 여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나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또한 나는 일찍이 어떤 사람이 공자孔子의 지식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백이佰夷의 절의를 놀라울 만한 일이라고 여긴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 나는 당신의 한없이 넓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만일 내가 당신의 문전門前에 이르지 않았다면 각성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여, 나는 영원히 덕망이 높고 학문이 해박한 사람들에게 조소를 당했을 것입니다.”
황하강의 신 하백河伯의 감탄을 듣고 북해의 신 약若이 화답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공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고, 여름철의 벌레에게 얼음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은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며, 식견이 부족한 시골 선비에게 도道에 관헤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교육환경의 제약을 받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황하黃河의 양안과 수중의 모래섬 기슭 사이가 대단히 넓다고 생각했으나 망망대해 바다를 살펴보고서야 비로소 당신의 식견이 좁은 것을 알았으니, 당신은 이제 함께 큰 도리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구리의 자만은 바다를 구경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물 안이란 공간이 가장 넓은 세계였을 것이다. 또한 여름철 매미에게 눈이나 얼음을 알아보지 못함은 겨울이란 계절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하가 강으로서는 가장 큰 물이라 할지라도 망망대해에 비하면 기껏 모래섬이나 강기슭에 정도에 인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비유가 흥미롭다. 보고 듣고 배우지 못한 세계를 어찌 알 수 있을까. 태평양, 대서양 등을 염두에 둔다면 근해인 북해의 신 약마저도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황하의 신 앞에 오만해서는 않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라는 격언을 되새겨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이 비록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다 해도 결코 자만해서는 안되며, 배워도 끝이 없는 학문은 더더욱 그렇다. 이는
장자莊子가 만물상대론萬物相對論의 관점을 우회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정와불가이어어해자, 구어허야。하충불가이어어빙자, 독어시야。
井蛙不可以語於海者, 拘於虛也。夏蟲不可以語於冰者, 篤於時也。
곡사불가이어어도자, 속어교야
曲士不可以語於道者, 束於敎也。
《莊子·秋水》
井蛙: 우물안 개구리. 語於 : 관해서 이야기하다
拘於虛 :공간의 제약을 받다, 篤於時: 시간의 제약을 받다.
曲士: 시골선비 . 束於敎: 교육혼경에 속박되다
2018. 5. 20
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