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시
서산대사의 시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헤매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흔적은 반드시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이신 휴정 스님께서 쓰신 시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으셨다 합니다. 오래전 읽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일대기에서 이 시를 읽고, 감히 제 삶의 좌우명으로 새기게 됐습니다. 큰 뜻을 품어서가 아니라, 저의 서투른 삶의 흔적일지라도 그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서산대사님의 시를 제 삶의 이정표로 삼게 했습니다.
한 사람의 개인은 그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리 크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작고 미약한 한 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한 개인의 삶은 결코 소홀히 여겨질 수 없습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바로 내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의 중심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역사는 그 누군가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나 자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나의 삶은 나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며, 역사의 원동력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본다면 우리 각자는 결코 작고 미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한 역사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낮고 작은 자리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 속에서, 그들의 수고와 보람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우리는 참으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내 삶의 수고와 보람의 흔적이 나의 아들에게 딸에게 후배들과 후손들에게 긍정의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우리는 우리 삶의 순간순간에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함께 우리 삶의 역사성을 공유하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각자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지 말고, 작은 시냇물이 모여서 작은 강을 이루고, 작은 강이 모여 큰 강으로 나아가고, 큰 강이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거대한 역사의 중심에 있음을 생각하며, 오늘 내가 살아온 흔적이 후세에 이정표가 되리란 생각을 공유하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갑시다.
서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