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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는다는 것
온달 (Full Moon)
2019. 4. 16. 09:07
업는다는 것
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의 눈을 맞추며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 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몸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몸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업어준다는 것은 안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의 부대낌입니다. 그것이 다른 이유는 안는 것은 상대방을 보면서 하는 것인 반면 업는다는 것은 상대를 보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에게 나를 온전히 내어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나에게 있는 하나뿐인 생명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조완(리카르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