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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저승

온달 (Full Moon) 2019. 5. 6. 13:31

    



 

내 고향은 저승


                                     이설주

 

누임요

아부님 어무님 모시고

동생하고 누부캉 모도

무궁한 일월을 한데 모여 살구로

고향 저승으로 구만 나도 갈랍니더

살다가 와 그래 가고 싶노 몰라

할마이는 지가 먼저 갔어예 빙싱이메츠로

 

이승에서 찾아 헤맨 지난날

속절없는 구름의 마음은 벗고

솔향기 은은한 깊은 숲속으로

이분에야 말로 꼭 와서 우리

아부지 엄마 그늘 따시한 집에서

호롱불이라도 하나 서드리고

잊었뿌린 효도 한분 할라칸다 누부야


                           대구 수변공원 이설주 시인의 시비

                           「내 고향은 저승」에서 옮겨 적다

  

- 이설주(1908.4.12~2001.4.19) 선생 본명은 용수(龍壽). 대구에서 교사로 있었다.  시집으로 첫 시집 『들국화』를 비롯해 『방랑기』『잠자리』『미륵』『불모의 영토』『풍우의 조국』『삽십육년』『사랑의 기도』『이승과 저승 사이』『음악실 소녀』『순이의 가족』『백발의 나목』등 2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