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 <삼일만 볼 수 있다면>
Three Days to See
헬렌 켈러 Helen Adams Keller: (1880.06.27일~1968.06.01ㆍ미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훌륭한 수필가들의 작품들보다도 내가 더 인상 깊게 읽은 수필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Three Days to See>이라는 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20세기 최고의 Essay’로 선정한 이 글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헬렌 켈러의 작품이다. 시각과 청각의 중복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본보기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훌륭한 문필가이기도 했다.
“누구든 젊었을 때 며칠간만이라도 시력이나 청력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 켈러는 ‘단 사흘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계획표를 짠다.
방금 숲 속에서 산책하고 돌아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더니
“뭐 특별한 것 못 봤어”라고 답하더라면서 켈러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를 질문한다. “보지 못한 나는 촉감만으로도 나뭇닢 하나하나의 섬세한 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봄이면 혹시 동면에서 깨어나는 자연의 첫 징조, 새순이라도 만져질까 살면시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봅니다. 아주 재수가 좋으면 한껏 노래하는 새의 행복한 전율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혼으로 느끼는 이 모든 것을 눈으로 불 수 있으면 하는 갈망에 사로잡힙니다. 촉감으로 그렇게 큰 기쁨을 느낄수 있은데. 눈으로 보는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래서 꼭 사흘 동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무엇이 제일 보고 싶은지 생각해 봅니다. 첫날은 친절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 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이 읽어주는 것을 듣기만 했던, 내게 삶의 가장 깊숙한 수로를 전해준 책들을 보고 싶습니다. 오후에는 오랫동안 숲 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겠습니다. 찬란한 노을을 볼 수 있다면, 그날 밤 아마 나는 잠을 자지 못할 겁니다. 둘째 날은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변하는 기적의 시간을 지켜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날 나는 …“
이렇게 이어지는 캘러의 사흘간의 ‘환한 세상 계획표’는 그 갈증과 열망이 너무 절절해서 멀쩡히 두 눈 뜨고도 제대로 보지 않고 사는 내게는 차라리 충격이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p149쪽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문학에세이 (주) 2008 샘터사 서울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서강대 교수들은 소위 ‘업무 보고’라는 것을 한다. 지난 1년간의 학문적 교육적 업적을 점수로 환산하여 학교에 보고하는 것이다. 국내 학술지 논문 한 편에 백점, 전공서적 한권에 5백점, 게다가 교육활동도 점수에 들어가서, 학기 초에 교안을 제때 학생들에게 주었는지에 6점, 동아리 지도활동에 5점추가, 휴강을 하면 5점 마이너스, 열심히 덧셈 곱셈을 하며 행여 점수 될 만한 일을 1점이라도 잊은게 없는가 골똘히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점수 기준 평가표를 보면 재미있는 항목이 있다. ‘수필집, 또는 산문 칼럼을 묶어 낸 책은 고려 외’ 즉 0점 처리하는 것이다. 재능은 없어도 가끔‘수필’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글을 쓰고 또 신문칼럼을 쓰고 있으니, 나는 공교롭게도 업적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신문 칼럼은 그렇다 치고, 소설집, 시집이 권당 5백접인데 반해서 수필집은 0점이라는 것은 좀 그렇다. 아마도 수필은 학문과 별로 관계가 없고 재능과 노력이 없이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듯하다. 하긴 장영희 같은 사람이 기껏해야 ‘신변잡기’를 쓰고 나서 ‘수필’이라고 박박우기면 곤란하니 그럴법도 하지만, 제대로 된 수필은 진정한 의미에서 엄연한 문학의 한 장르이다. 물론 ‘수필’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가 문제이겠지만, 웬만한 작가들이나 사상가들 -찰스램,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제임스 서버 등-은 모두 위대한 수필가로 아려져 있다.
하버드앤드래드클리프대학(1904)
세계 최초의 장애인, 영화 '구원' 주인공 출연
자유의 메달 수상(1964)
프랑스 레지옹도뇌르 훈장(1952)
제2차 세계 대전의 부상병 구제 운동전개(1942)
대한민국 방문(1937)
글래스고우 대학 법학 박사 학위(1932)
사회사업가
만약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 유일한 소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죽기 전에 꼭 '삼 일 동안만'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눈을 뜨고 볼수 있다면
나는 나의 눈을 뜨는 처름 순간에
나를 이만큼 가르쳐주고 교육시켜준 나의 선생님 *에미 설리반을 찾아가겠다. 지금까지 그의 특징과 얼굴 모습 내 손끝으로 만져 알던 그의 인자한 얼굴 그리고 그의 아리따운 몸매를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보면서 그의 모습을 내 마음 깊숙이 간직해 두겠다
다음엔, 내 친구들을 찾아가고 다음엔, 들로 산으로 산보를 나가겠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무 잎사귀들 들에 피어있는 예쁜 꽃들과 그리고 저녁이 되면 석양이 빛나는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다
다음날 일어나 새벽에는 먼 동이 뜨는 웅장한 장면 아침에는 메트로 폴리탄에 있는 박물관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또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날에는 일찍 큰 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들
아침에는 오페라하우스, 오후에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이 되면 건물의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시 한 복판으로 나가서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내가 눈을 감아야 할 마지막 순간에
나를 삼일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리고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