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稗說

가는 귀가 먹은 아내?

온달 (Full Moon) 2020. 1. 9. 09:09




가는 귀먹은 아내?  

 

최근에 와서 아내가 내가 물어보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안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전문의와 상담하고 나서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전문의는 아내의 청력을 진단하고 난 후에 처방을 할 수 있으므로, 우선 집에 가서 아내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부터 못 알아듣는지 테스트를 해보라고 했다.

 

그날 저녁 아내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난 곧 현관문에서부터 아내를 테스트하기로 했다.

 

(현관)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응접실 입구)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부엌 입구)

나 : 여보! 오늘 저녁 뭐야?   

아내: ......

 

나 : 아니, 도대체

여기서도 안 들린단 말인가?

 

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내의 귀가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난 천천히 아내 곁으로 다가가서 아내의 등에 손을 살포시 얹으며, 최대한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여보! 오늘 저녁 뭐지?  그 때, 아내가 갑자기 홱 돌아서면서 당신은 도대체 내가 '칼국수'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 듣겠어요? 


그럼 먼저 병원을 가 보아야할 사람은 아내가 아니라 바로 나로군 ?


<좋은 글 중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