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운문

꽃과 언어

온달 (Full Moon) 2020. 3. 10. 16:17


꽃과 언어

                    문 덕 수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