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삼계탕(2005)

벚꽃 마라톤

온달 (Full Moon) 2015. 4. 10. 20:05

벚꽃 마라톤 / 석현수
  

 

출발 선상에서는

길 양쪽 벚꽃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반환점을 돌 무렵부터

세상은 노랗게 변해 갔습니다.

벚꽃 향기는 사라지고

파스 냄새만 콧등에 남고

입에는 단내가 났습니다.

벚꽃 만개한 4월 합천봄은

어느덧 사막이 되고

숨통을 막는 헐떡거림

발도 천근(千斤)이 되었습니다

길가에 늘어선

인색하지 않은 인심들이

손뼉을 보내올 때

응원자가 되기보다는

주인공(Player)이 되었다는 작은 위로에

안간힘으로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갈수록

시야에는

내딛는 발들만 어른거릴뿐

참혹(慘酷)한 시간에 믿을 것이라곤

오직 나를 지탱하는 두 다리 

프로든

아마추어든 예외가 될수없는

마라톤에서의 자기 이기기(克己)

대신해 줄 수 없는 인생 처럼

마지막까지 제 몫을 달려야 하는

보도위의 고행(苦行)만이 계속되었습니다.

추월(追越)은 어려워도

추월을 수(數)수 없이 허용해야하는

종반(終盤)

 

나이처럼 서럽게 허물어가는

가망없는 기록갱신

4월이 되어도

꿈은 벚꽃처럼 흐드러 질수가 없었습니다.

 

   * 벚꽃마라톤은 해마다 4월에 합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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