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별 저별 어제 누군가가 놓친 저 별 오늘은 누군가의 희망 또는 그리움이 되겠지 오늘 누군가의 가슴에 지는 저별 내일은 또 누군가를 위해 다시 한 번 반짝이리 한번 가면 그만인 하루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저별은 말하리 ‘반짝’ 딱 한 번 어둠은 왜 등 뒤에 서 있는가를 온 몸으로 소리하는 샛별 저 어둠이 없으면 별은 더 빛날 밤도 없으리 이광석: 경남의령출생. 1940년 『현대문학』추천. 시집 『겨울나무들』외 10편 좋은 글 모음/운문 2020.12.01
자 존 심(自尊心) 자 존 심(自尊心) 사람의 마음은 양파와 같습니다. 마음속에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심밖에 없으면서, 뭔가 대단한 것을 가진 것처럼 큰소리를 칩니다. 그리고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고집부리고, 불평하고, 화내고, 싸우고 다툽니다. 그러나 마음의 꺼풀을 다 벗겨내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이 자존심을 버릴 나이가 되면 공허함과 허무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 하나를 벗겨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아픔이 따릅니다. 사람이 세상에 나올 때는 자존심 없이 태어납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반평생은 자존심을 쌓고, 다시 그것을 허무는 데 남은 반평생을 보냅니다. 그리고 힘든 인생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갑니다. 우리를 자신 안에 가두고 있는 자존심을 허물 수 있다면, 우리는 많은 시간과 기회를 얻게 됩.. 좋은 글 모음/산문 2020.11.27
가을 앓이 가을 앓이 김필연 가을이 깊어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하늘은 높이도 비어있고 바람은 냉기에 떨고 있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 오늘도 그대가 놓고 간 가을과 함께 있네 들려주시게 바람에 드러눕던 갈대처럼 풋풋했던 목소리 보여주시게 붉나무 잎새보다 더 붉던 그대 가슴을 더 붉던 그대 가슴을 가을이 깊어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하늘은 여전히 비어있고 바람도 여전히 떨고 있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을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 좋은 글 모음/운문 2020.11.15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좋은 글 모음/운문 2020.11.13
사람답게 바로 삽시다 사람답게 바로 삽시다 기원전 399년 봄, 70세의 노철인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감옥에서 독배를 마시고 태연자약하게 그의 생애의 막을 내렸다. 그는 자기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아테네의 5백 명의 배심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 떠날 때는 왔다. 우리는 길을 가는 것이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간다. 누가 더 행복할 것이냐, 오직 신神만이 안다." 나는 62년 7월과 82년 1월 두 번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은 그 유명한 감옥소의 유적을 찾아갔다. 소크라테스는 40세에서 70세에 이르기까지 약 30년 동안 아테네 시민의 정신혁명을 위하여 그의 생애를 바쳤다. 부패 타락한 아테네 사람들의 양심과 생활을 바로잡기 위하여, 교만과 허영 속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의 인격을 각성시키기 위하여 그는 아테.. 좋은 글 모음/산문 2020.11.08
알아서 간다고 전해라 알아서 간다고 전해라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담은 노래로서 나잇대 별로 죽기 싫은 이유를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노래는 1995년에 김종완 작곡자가 20년 전 친구 아버지가 50대에 죽자 자식들이 애타게 우는 모습을 보고서 좀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 이 노래 말을 지었다고 했는데, 20년이 지난 요즘 이 노래가 더 실감나는 것은 바이오산업과 함께 100세 수명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가장 뚜렷한 변화는 ‘내 주위엔 아무도 없어’라는 마음으로국민연금 자발적 가입자가 지난해엔 30%나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100세 수명이 가능해 지면서 이렇게 오래 사는 것이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좋은 글 모음/산문 2020.09.14
예금통장 예금통장 조향미/ 시인, 교사 잔고가 얼마 안 남았다 월금날은 한참 남았다 들여다보니 쌀통 김치 통 꽤 남았다 냉장고에 시든 고추 파 두어 뿌리 평소에 살피지도 않았던 뒤 베란다 감자 양파 몇 알도 쓸 만하다 옷장엔 묵었으나 옷들은 많고 책장엔 읽지 못한 책들도 많다 모든 것은 풍요하고 너끈하다 조금 비어서 기분 좋은 위(胃)처럼 잡풀을 쳐낸 생의 앞마당은 여백이 널찍하고 식탁은 신선한 허기(虛飢)로 풍성하다 예금통장이 빈 도시락처럼 달그락 거릴 때면 푸석 푸석 곰팡이 나는 녹에 파묻혀 있던 낡고 헌 사물들의 말간 얼굴들이 보인다 잘 닦으면 은은히 청동 빛이 난다 또한 뿌듯한 일 며칠 지나도 헐렁한 쓰레기통 죄를 덜 지었다는 증거다 가을볕에 잘 마른 무명수건 처럼 제법 깔깔해진 마음으로 물기 젖은 누구의.. 좋은 글 모음/운문 2020.09.14
사 랑 은 사 랑 은 조 병 화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인간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나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 속에서 돈다. 조병화의 제 17시집에서 좋은 글 모음/운문 2020.08.26
富와 成功과 사랑 富와 成功과 사랑 한 여인이, 집 밖 정원 앞에 앉아있는, 세 노인을 보았습니다. 물론, 그녀는 그들을 잘 알지 못했지요. 하지만, 그 세노인이 너무나 허기져 보였기에,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들을 잘 모르지만, 배가 많이 고파 보이시는군요. 저희 집에 들어오셔서 음식을 좀 드시지요." 그러자 그들이 묻습니다. "집에 남자가 있습니까?" 그녀는 "아니요. 지금은 외출 중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그렇다면 우리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몇 시간이 지나자, 남편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가서,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합니다. 남편은 "그들에게 가서 내가 집에 돌아왔다"고 말하고 그들을, 안으로 모시라고 말합니다. 부인은 밖으로 나가, 그 노인들.. 좋은 글 모음/산문 2020.07.29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 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좋은 글 모음/운문 2020.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