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 658

호박꽃 사랑

호박꽃 사랑 김희수 그게 바로 사랑인갑더라 시방 생각허니 미움도 앙탈도 변하여 세월가믄 정인갑더라 호박꽃 초롱 따주며 건네주는 눈웃음에 오일장 삼십리 길 이쁜 꽃신 두 짝에 홀린 내가 잡년이라고 가슴 치며 살고 팔난봉에 주정뱅이, 그러려니 살고 오뉴월 논두렁 좁은 길, 아이고 웬수 남의 서방 맨발로 서로 비키다가 단추알에 치맛귀 걸려 눈맞았다고 이틀 멀다 하고 머리채 끌려 살았더라 열 남매 퍼질러 강산 천지 돌팔매질로 던져버려 소식 없고 영감인지 땡감인지 뒷산 소쩍새 따라간 후 앞배미 뒷배미 삽자루 매고 절름질로 가다 저 각시샘가 파랑파랑 우는 파랑새 보다가 흰옷 베잠벵이 어깨 실한 사내 하나 노을물 붉은 저 방천에 자꾸만 어룽져오니 정말로 참말로 예삿일 아니더라 영판 뜬금 없더라 저문 고샅길 돌아오다 ..

당신으로 인해 감사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감사합니다 ! 감사는 가정 행복의 제일 조건입니다. 남편은, 가정을 위해 만능 탤런트가 되어야 하는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아내는, 오늘도 일터로 나가 행복을 사냥하는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사하는 마음을 숨기지 말고 마음껏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때로 살다보면 부부간에 서로 부족한 모습을 노출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대방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마음껏 칭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작은 진주 알이 모여 목걸이를 이루듯이 당신의 조그마한 감사의 칭찬이 상대방에게 엄청난 성취감을 선사하고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에드윈 루이스 콜'의 글에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특별히 남편들은 무대 뒤에서 소리없이 가정을 꾸려가는 아내들에게..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이 기 철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 뿐이다 돌의 냉혹, 바람의 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량 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막힘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는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 소릴 낸 적이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들어낸 적이 있었던가 목조계단처럼 쿵쿵거린는, 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 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

숲의 정신

숲의 정신 이 동 순 수창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며 봄이 되자 플라타너스는 단단한 가슴을 열어서 많고 많은 씨앗의 군단을 바람에 날려 보낸다 솜털 보송보송한 씨앗들은 산 넘고 개울 건너 우리가 상상도 못한 먼 곳까지 큰 뜻을 품고 날아가 뿌리를 박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의 모든 숲이란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 이 수풀 속에는 오늘도 어린싹은 자라고 숲을 거니는 사람들은 큰 나무 밑둥을 두 팔로 안아보며 감개무량한 얼굴로 세월을 더듬는다 李東洵 시인·영남대 국문과교수 백석 (이동순 시인·영남대학교 교수, 김영한「내사랑 백석」저자) 정지용의 「갈매기」와 獨島의 추억

자려무나, 자장자장

객지서 쓸데없는 용쓰고 있는데 고향 老母께서 품에 안아 주시네 봄이 왔나 하여 강가로 나갔더니 봄은 아직 일러서 오지 않았고, 시퍼렇게 흐르는 강 한복판 광활하게 펼쳐진 하얀 모래밭에 수백 마리의 까마귀 떼들이 앉아 있었다. 조금 전에 선임하사가 ‘일동 차렷’에 ‘동작 그만’ 명령을 내렸는지 단 한 마리의 예외도 없이 그야말로 절대적인 부동자세다. 처음 보았을 때, 까마귀 떼들은 먹을 것이 없어 여러 날을 헤매다가 귀때기가 시퍼런 寒天(한천)을 향해 그 무슨 무언의 볼멘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 같았으나, 다음 순간 그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어떤 불의에 항거하여 침묵 시위의 결연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또 어떻게 보면 까마귀들은 일사불란하게 가부좌를 틀고, 사생결단의 冬安居(동안거), ..

눈물은 마음을 닦는다

사람들은 비누로 몸을 씻고 눈물로 마음을 씻는다. 또 하나의 아름다운 속담이 있다. 천국의 한쪽 구석에는 기도는 못 하였지만 울 수는 있었던 사람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희로애락, 울 수 없는 인간은 즐길 수가 없다. 밤이 없으면 밝은 대낮이 없다. 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기뻐할 때에도 정말 기뻐할 수가 없다. 단지 기뻐하는 척하고 있는 것이다. 울고난 후에는 기분이 맑아진다. 목욕을 하고난 후의 정신처럼... 신은 마치 마른 영혼에 비를 내리듯이 인간에게 눈물을 내리셨다. 울고난 후에는 학수고대했던 비가 밭에 뿌린 것처럼 땅이 젖는다. 그리고 새움이 트고 푸르름이 우거지게 된다. 오늘날의 사회가 기계화되어 가장 위험한 것은 눈물이 무익한것, 부끄러운 것으로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인간은 울 ..

생각은 새와 같아서

생각은 새와 같아서 윤재철 생각은 새와 같아서 금세 저기 있다가도 없다 딱새 한 마리 수국꽃 가지 속에 들면 생각도 일 없이 따라 들었다가 포르릉 그 새 날아 올라 자취 끊기면 생각도 자취 없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길은 다시 이어지고 그 길가 무성한 나무 숲은 제 스스로 새들을 풀어내니 잊었던 사람 생각도 스스로 그러 하리라

어머니의 香水

학교 공부에 무관심한 열등생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지저분한 옷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선생님의 질문에 늘 짤막한 대답만 했습니다. 선생님은 그 아이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생활기록부를 보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1학년-공부의 가능성은 엿보임 2학년-어머니가 중병에 걸렸음 3학년-어머니가 돌아가심 4학년=아버지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선생님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기로 결단 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됐는데 그 열등생 아이가 선생님께 선물을 건넸습니다. 오래된 향수병이었습니다. 놀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선생님은 향수를 뿌리면서 말했습니다. “정말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그렇지 않니?” 그러자 아이들도 말했습니다. “네 맞아요, 냄새가 참 좋아요.” 수업후 혼자남은 열등생은 조용히 선생님께 다가와 작은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