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사랑
김희수
그게 바로 사랑인갑더라
시방 생각허니 미움도 앙탈도 변하여
세월가믄 정인갑더라
호박꽃 초롱 따주며 건네주는 눈웃음에
오일장 삼십리 길 이쁜 꽃신 두 짝에
홀린 내가 잡년이라고 가슴 치며 살고
팔난봉에 주정뱅이, 그러려니 살고
오뉴월 논두렁 좁은 길, 아이고 웬수
남의 서방 맨발로 서로 비키다가
단추알에 치맛귀 걸려 눈맞았다고
이틀 멀다 하고 머리채 끌려 살았더라
열 남매 퍼질러 강산 천지
돌팔매질로 던져버려 소식 없고
영감인지 땡감인지 뒷산 소쩍새 따라간 후
앞배미 뒷배미 삽자루 매고 절름질로 가다
저 각시샘가 파랑파랑 우는 파랑새 보다가
흰옷 베잠벵이 어깨 실한 사내 하나
노을물 붉은 저 방천에 자꾸만 어룽져오니
정말로 참말로 예삿일 아니더라
영판 뜬금 없더라
저문 고샅길 돌아오다 늦핀 호박꽃 보믄
시방도 가슴 콩콩 뛰느니
그게 바로 사랑인갑더라
호박꽃 화안한 내 사랑인갑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