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운문

호박꽃 사랑

온달 (Full Moon) 2020. 6. 14. 11:08

 

호박꽃 사랑

                                 김희수

 

그게 바로 사랑인갑더라

시방 생각허니 미움도 앙탈도 변하여

세월가믄 정인갑더라

 

호박꽃 초롱 따주며 건네주는 눈웃음에

오일장 삼십리 길 이쁜 꽃신 두 짝에

홀린 내가 잡년이라고 가슴 치며 살고

팔난봉에 주정뱅이, 그러려니 살고

오뉴월 논두렁 좁은 길, 아이고 웬수

남의 서방 맨발로 서로 비키다가

단추알에 치맛귀 걸려 눈맞았다고

이틀 멀다 하고 머리채 끌려 살았더라

 

열 남매 퍼질러 강산 천지

돌팔매질로 던져버려 소식 없고

영감인지 땡감인지 뒷산 소쩍새 따라간 후

앞배미 뒷배미 삽자루 매고 절름질로 가다

저 각시샘가 파랑파랑 우는 파랑새 보다가

 

흰옷 베잠벵이 어깨 실한 사내 하나

노을물 붉은 저 방천에 자꾸만 어룽져오니

정말로 참말로 예삿일 아니더라

영판 뜬금 없더라

 

저문 고샅길 돌아오다 늦핀 호박꽃 보믄

시방도 가슴 콩콩 뛰느니

그게 바로 사랑인갑더라

호박꽃 화안한 내 사랑인갑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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