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삼계탕(2005)

어머니와 꽃

온달 (Full Moon) 2015. 4. 10. 20:30

 

어머니와 꽃 / 석현수 

 

 

 


효자동 어머니는
지난해 5월 8일 어버이 날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 안계신 어버이 날은
이제는 그만 
아주 긴 하루 해가 되어버렸습니다
해마다 가슴에 꽃 꽂아드리고
내년에도 여전히 그러리라 생각 했는데
꽃 한송이 챙긴데두 반기는 이 없는
이 해 부터는 슬픈 어버이 날이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꽃을 싫어 하셨지요
설마 꽃 싫어하는 이 세상에 있을라구요
저희들 생각해서
돈 아껴 모우라는 또 다른 주의 말씀 이었겠지요
기뻐서 주시는 꾸중 있잖아요
아닐지도 몰라요
하이얀 국화꽃들이 장례식장을 메우고
발 디딜틈 없이 화환들이 놓이는 날을
꽃이 많아진날 언젠가는 떠나셔야 됨을
어머님이 이미 아셨던 것은 아니었던가요?
깊은밤 아무 행장(行裝)도 없이
자는 듯 조용히 떠나셨다는데,형수님 말씀.
저승길 어머니는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 꽃을 전 처럼 꽂고 계실까요
지금쯤 요단강 어느 기슭 건너실까요
어버이날
저마다 효심으로 부산을 떨고 있지만
어머님 빈자리
지난해 국화꽃 하얀 회상으로
가장 슬픈 첫 어머니 기일을 보냈습니다. 

 

 

'著書 > 삼계탕(200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은 고아  (0) 2015.04.10
수의(壽衣)를 말리며   (0) 2015.04.10
한 하나쯤  (0) 2015.04.10
품 바   (0) 2015.04.10
이별연습  (0) 201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