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일에 부쳐 / 석현수
전날(前日) 쌀을 담그고
아침에는 일찍일어나,
미역국을 끓이며
정성들여 상을 차리던
나에 대한 당신의 정성만큼은 못하지만,
당신 생일에는
나도 쌀 담그고 정성스레 미역국 끓이며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거예요.
마음속으로
철늦은 뉘우침 이지만
이제사
당신이 건강해야 하는 이유도
왜 내 몸같이 귀한 사람인지도
긴 세월이 소리없이 가르쳐온 것들을
알것만 같소
혹시나
우리 큰 아이 시집갈 나이되어
부모된 마음이
이리도 아프고 저며
늦게사 여자였던 당신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은 계면적어
사뭇 웃기만 했고,
"60 살이 되어도 철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뭘"
늦지 않았다고
날 다독거리는 모습은
오히려 지난 세월을 송구스럽게 합니다.
인연임을 넘어
필연 이어야만 하는 당신의 자리가
한없는 사랑과,
행복이 넘치도록
나는
당신을 위한 소망들로써 가득한
간절한 기도를 올릴거예요.
살아온 시간 보다는
살아갈 시간이
오히려 바쁜 우리들을 위해
늦게나마 당신의 사랑을 알게하신
주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