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나부랭이(2009)

능소화

온달 (Full Moon) 2015. 4. 14. 14:59

 

 

 

능소화

 

                          석현수

 

 

수줍은
복사꽃 뺨이 아니라
붉게 서린 여한이
잉걸불로 지피었다네


“님이여, 뜨거운 그 밤이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이올 뿐 이었소이까”


이제나
저제나 오시려나
님 배웅하던 길 내다보며
이대로 망부석이 된다 해도
눈길 한번 마주치면 한이 없겠네
펄럭이는 용포龍袍
끝자락 바람이어도 한번 쐬었으면 좋겠네 

 


하룻밤 일지언정
님의 빈 언약일지언정
소녀, 소화에겐 긴 기다림의 아픔으로 남아 

 


목 빼고 늘어져
보드득 깨문 꽃술에
분홍빛 독을 물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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