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人情事情(2019)

이중인격에 대하여

온달 (Full Moon) 2018. 11. 2. 12:34

이중인격에 대하여

 

 

 사람은 원래가 이중적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중적이라는 평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말이다. 혹시 당신이 이중인격자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노하지 말라. 폄훼하거나 모욕을 주기 위한 용도라

면 달리 표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중인격’보다 숫제 ‘인격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무식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영혼이 없는 귀신으

로 여기고 있으니 그때는 모욕을 느껴야 하겠지.

 

이중적인사람은 자기통제가잘되는사람이다. 앞에나서고싶어

도 잘난 척으로 보일까 봐 조심스러워하고, 가지고 싶어도 욕심을

누르면서 체면치레를 할 줄 알고, 더 먹고 싶어도 배부르다며 상을

물릴 줄 알고, 이러다 보니 알아도 모른 척, 없어도 있는 척, 척하며

사는 것이 사람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이런 사람을 교양

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중인격이라며 겉과 속이 다르다고 흉잡을

일이 아니다.

 

이웃 나라 사람들의 이중적인 면을 보면 동방예의지국 사람들이

오히려 이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중국인의 마음은엉큼하다고 말      18

 

한다. 속에 있는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대륙 사람들의

기질답게 마음에 천 근을 매달고 있어 매사에 행동이 신중하다. 부

산에서 일어난 화마에 자식을 잃고도 외국인들(한국 사람) 앞에서

슬픔을 삼키며 울음을 참아내는 어머니의 입술은 모질어 보이기까

지 했다. 좋고 나쁨을 쉽사리잘 나타내지않는일본인의몸에밴문

화는 남에게 폐를 끼지 않는 것이다. 이웃 두 나라에 견준다면 오히

려 동방예의지국은 이중인격이 없어서 문제다. 된장뚝배기 맛은 어

딜 가고 바르르 끓는 냄비근성의 라면 맛이 감돈다고나 할까. 쉽게

떠들고 쉽게 잊어가는 우리가 남의 나라를 흉보기보다는, 우리도 좀

겉과 속이 다른 인성이 되었으면 좋을 성싶다.

 

 인간이이중적이라는 말은 로마신화에도 등장한다. 서양 신화속

의 신은 동양의 신과는 달랐다. 동양의신처럼신비주의에 둘러싸인

산에사는 것이아니라인간과함께살면서희로애락의 감성을같이

누렸다. 따라서 신의 품성은 인간의 품성과 같다고 보았다. 때문에

사람의원래의속성인두얼굴을신화 속의신의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두 얼굴의 신 야누스를 등장시킨다.

 

야누스Janus는 앞뒤로두 얼굴을 지니고 있어집이나 성, 도시의 출

입구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신화속 야누스는 배의 사용법을 고안하

고 화폐를 널리 통용시킨 능력 있는 통치자였다. 그는 자기 백성들

에겐 한없이 자애로웠지만, 침입자에겐 엄하고 무서웠다. 그는 완벽

하게 이중적인 성격으로 백성들을 지켰다. 좋은 성군이미지를 가지

고 있기에서양 달력의첫 달에도등장한다. 1월을 가리키는‘January’

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됐

다. 로마인들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즉 시작과 끝이란 양면을 상징

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19

 

 사람은 어차피 탈을 쓰고 산다. 이중인격이 인간의 본성이다. 봉

산탈춤은 양반이나 말뚝이나 취바리나 모두 탈을 쓴 인간의 희화화

戲畫化이다. 이들의 속내를 관객들이 잘 알고 있기에 가면을 쓴 주인

공들이 내뱉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사람

을 ‘PERSON’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희랍어의 ‘PERSONA’에서 온

말이며 이는 탈, 가면을 뜻한다. 사람은 탈을 쓰고 살고 있다. 연극

용어에서의 ‘페르소나’는 외국에서 들어온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쓰

고 있다.

 

 이중인격을 혐오스럽게 여기지 말자. 이중인격은 천하에 몹쓸 인

간쓰레기나 가지는 것이 아니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사자성어나 잠

언 한 구절보다 훨씬 배울 점이 많다.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

느냐는 분노와 양의 탈을 쓴 늑대가 가져다준 선입견을 털어버리자.

이중인격은 늑대의 탈이 아니다. 이중인격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편이다. 세상살이가 덜 살벌하게 보이게

좀 헐렁한 각시탈을 골라 쓰면어떨까? 겉과 속이 다르게 사는 연습

을 하자.                                                                                        20

 

 

 

 

 

 

 

'著書 > 人情事情(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 한번 먹자  (0) 2018.11.02
제겐 아직 열두 달이나 남아있습니다  (0) 2018.11.02
아름다운 행위  (0) 2018.11.02
작은 화답이 청렴을 손상할 수 있다  (0) 2018.11.02
태종대를 다녀오다  (0) 2018.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