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운문

그리스 신전의 기둥

온달 (Full Moon) 2019. 7. 14. 21:40




그리스 신전의 기둥

 

 

                                         박방희

 

기둥, 받칠 게 없으면 쓰러져야 한다

주저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는, 선채로 바스러지는 이 형벌….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제 그림자를 보며

밤마다 눕는 꿈으로 야위는

그리스 신전의 기둥

 

너무 오래 서 있어 하얗게 바래져

무엇을 떠받들었던지 기억조차 희미하

 

한때 기둥이었다는 명백한 사실이 그를 꼿꼿이 서 있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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