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운문

울음이 타는 강

온달 (Full Moon) 2020. 3. 24. 15:01





울음이 타는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 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강을 보것네

 

저것봐 저것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놀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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