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 나지 않는 생활 / 석현수
1. 이역(夷歷)대신과 하인
제(薺)나라에 이역 대신이 있었다.
하루는 왕이 베푼 주연에서 술에 취하였고
취기를 해소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뜰 앞 정자(亭子) 기둥에 기대어 바람을 쏘이던 중
하인하나가 대신(大臣) 옆으로 닥아 왔다.
“나으리 먹다 남은 술이라도 있으시면 좀 주실 수 없을 까요?”
하고 조용히 아뢰었다.
그러나 이역 대신은
“시끄럽다, 종놈의 주제에 무엄한 짓이로다.”
라고 꾸짖어 돌려보냈다 한다.
이역이 자리를 떠나자 이 종은 기둥 아래에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 버린다.
연회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참에 왕은 호령을 한다.
“여기에 오줌을 눈자가 누구냐?”
모두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을 때 종 한사람이 나타나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직접 확인은 못했지만, 조금 전 이역 대신이
거기에 오래 서 계신 것을 뵌 적은 있습니다만?”
왕은 이역 대신이 임금의 처소(處所)에 방뇨(放尿)한 무례에 대해
격분하여 이를 바로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2. 적을 만들지 않는 생활
일본의 풍신수길(豊臣秀吉)은
우리나라로서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통해
끊임없이 고통을 가져다 준 미움의 인물이겠지만,
일본에서는 청소년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는 18세에 당시 두각을 나타내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짚신을 담당하는 최하위의 무사가〔あしがる〕가 되었는데
항상 노부나가의 짚신을 겨드랑이 품고
체온으로 신발을 덥혀 주었기 때문에 상전의 신임을 받아
그 후 한 부대의 장이 되었고
이후 승승장구 출세 가도를 달리게 된다.
그는 못생긴 평민 출신으로 왜소한 외모(外貌)에 볼품이 없었다.
그러나 대인 관계에서는 남다른 뛰어남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희생하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환심(歡心)을 사려고
인기 관리를 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사랑을 받아야 할 대상은 분명이 하되 나머지로 부터는
최소한 미움을 받지 않는 다는 원칙을 세우고 살았다.
풍신수길은 자신의 배경지식이 고루(固陋)해 진다하여
죽을 때 까지 책 한권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그가 대인 관계를 위해
평생에 10만 여 통의 편지를 썼다고 하니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우렸던가?
3. 소홀했던 한 순간이 평생을 가다
잠자는 미녀(Sleeping Beauty)는 잘 알려진 동화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공주가 태어나자 왕은
세 천사를 초대를 생각 했다.
그러나 왕의 소홀로 평소 마음이 내키지 않던
한 천사가 초대에서 빠지게 된다.
초대된 프로라(Flora) 천사는 아이에게 미(美)를 빌어 준다.
파우나(Fauna)천사는 꾀꼬리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질 것을 빌어준다.
그러나 초대 받지 못해 뒤 늦게 이를 알고 달려온
메리피션트(Maleficent)는 아이에게 저주(咀呪) 준다.
이 아이는 “물레에 손가락이 치여 죽을 것이다.” 라고.
이 저주에서 풀려 나오기 위해 왕이 가졌던 고통은
얼마를 치러야 했을까?
공주를 남장(男裝) 시키고,
전국의 물레를 모두 수거(收去)해 불을 태우고,
결국 공주를 산속 깊은 별장에 남몰래 키워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16살이 되던 해에
공주는 물레에 치여 깊은 잠에 빠지게 되고,
용감한 왕자의 입맞춤으로 간신히 살아나는
불행 중 다행스런 Happy End로 이야기가 끝난다.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초대하지 않았던
미움의 천사에게 행한 소홀한 대접이
이 왕가(王家)의 평생 근심거리를 만들었으며
태어난 아이에게 불행을 가져다 준 결과가 되었다.
4. 부드러운 것이 오래 간다.
상용(商傭)은 노자(老子)의 스승이다.
스승은 늙고 병들어 이제 곧 숨을 거두려고 한다.
노자는 마지막으로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
"스승님!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남기실 가르침이 없으신지요?"
상용은 이렇게 말했다.
"내 입 속을 보거라. 내 혀가 있느냐?"
"네. 있습니다. 스승님!"
"그러면 내 이가 있느냐?"
상용은 나이가 너무 많아 이빨이 다 빠지고 없었다.
"하나도 없습니다. 스승님!"
스승은 곧바로 제자에게 말했다.
"알겠느냐?"
노자는 바로 대답했다.
"네! 선생님, 이빨처럼 딱딱하고 강한 것은
먼저 없어지고, 혀처럼 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오래 남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자 스승은 돌아 누었다.
“내가 천하의 이치를 다 말 해 주었다.”
5. 모욕하는 사람에게 웃음을
자기에게 욕을 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돈을 주라고 이야기하는 스승이 있었다.
제자는 자기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돈을 주었고,
이런 일이 습관화 되었을 즈음, 스승은
이제 지혜를 배우러 아테네로 떠나도 좋다고 허락을 하였다.
제자가 아테네로 들어갈 즈음
제자의 입성을 가로 막으며 마구 욕을 하는 현자를 만나게 된다.
심한 욕설을 퍼 부었지만
제자는 그의 모욕에 웃음으로 대해 주었다.
현자는 물었다.
“내가 이렇게 심한 모욕을 주는데도
그대는 어찌하여 웃고 있는 가?”
제자는 답을 하였다.
“지금 까지 스승의 가르침으로
욕하는 자에게 돈을 주며 욕을 들어왔는데
여기서는 돈을 주지 않아도 무료로 욕을 해 주니
어찌 고맙지 않겠소?”
그제 서야 현자는 말한다.
“들어가세요,
이제 당신은 아테네에서 배울 준비가 된 사람이요”
6. 고승(高僧)의 기도
달라이 라마가 매일 하는 영적인 수행 중에는
아래와 같은 기도문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언제나 나 자신을 가장 미천한 사람으로 여기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상대방을 최고의 존재로 여기게 하소서
나쁜 성격을 갖고 죄와 고통에 억눌린 존재를 볼 때면,
마치 귀한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그들을 귀하게 여기게 하소서
다른 사람이 시기심으로 나를 욕하고 비난해도
나를 기쁜 마음으로 패배하게 하고 승리를 그들에게 주소서
내가 큰 희망을 갖고 도와준 사람이
나를 심하게 해칠 때,
그를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게 하소서
그리고 나로 하여금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모든 존재에게 도움과 행복을 줄 있게 하소서
남들이 알지 못하게
모든 존재의 불편함과 고통을 나로 하여금 떠맡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