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일년 (退 職 一 年) / 석현수
한해가 참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제게는 너무나 소중했던 해였습니다.
올해는 퇴직의 첫해를 보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아무리 생각해도 참 다행이었습니다.
바삐 살아온 생활에서 유보(留保)되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 정리해 가다 보니
한해가 너무 짧아 보였습니다.
누구나 예기하는 퇴직자의 생활 하고는
거리가 멀긴 했습니다만
나는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로
일에 대한 완급(緩急)을 두었습니다.
여행이라든지, 잡기(바둑, 장기 등) 오락이나
골프 운동 등 흔히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것들은
퇴직 후 생활 중 뺄 수 없는 항목들 입니다마는,
제게는 일 년 동안 도무지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책읽기도 음악듣기 조차도
계획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보냈습니다.
나는 이런 일들은 언제든지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또 이다음에 하기로 하고 뒤로 미루어 놓았습니다.
앞으로 5~10년 후에나 가능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더러 연로하신 선배님들이
여러 가지로 걱정스런 권고도 있긴 했지만,
이분들의 년 배가 내 보다는 10년을 웃돌고 있어
제게 아직 이른 말씀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나도 그런 때가 되면
달리 생각할 것도 없이 그렇게 하겠지요.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너무나 황급히 앞만 보고 살아온 생활이 있었기에
다소 생각의 사치스러움은 있었지만
한해의 휴년(休年)은 정말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정히 회한(悔恨)이나
반성(反省)의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새 출발을 다지는 재충전의 시간은 더욱더 아니고요
그러나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았지요.
잊고 살았던 자기 느끼기,
정(情)의 네트워크(Network)를 다시 점검해 보는
주요한 한해였지요.
즉 스스로를 재 발견하는
중요한 한해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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