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운 돼지 / 석현수
옛날 옛적 허약한 농부가
병세가 악화되어 영양섭취가 다급하게 되었다.
그래서 먼저 소에게 다가가 주인의 사정을 이야기 하며
너를 잡아먹어야 하겠노라고 하였다.
그러나 소는“나는 주인장이 알곡을 먹고 남은 짚을 먹고 살았을 뿐 아니라 밭갈이며 논갈이며 심지어는 우마차까지 끌면서 봉사해 왔는데 왜 내가 죽어야 하느냐?”
고 항변했다.
주인은 다음 개에게로 가서
똑 같은 사정 이야기를 하였다. 개는
‘나는 주인장이 버리는 음식이나 주워 먹으면, 주인장이 방안에서 꿀잠을 잘 때도 잠도 자지 못한 체 엄동설한에 밖에서 주인을 지켜 왔지 않았느냐’
고 대들었다.
다음 차례는 닭에게 요청을 하였다.
닭 또한
‘흩어진 곡식 낱알이나 주서 먹으면서도 새벽녘이면 시계추 같이 홰를 치면서 시간을 알리는데 왜 나를 가지고 이러느냐.’
고 따지었다.
마지막으로 주인은 돼지에게 갔다.
‘너의 몸을 다오.’ 집 주인도 지쳐 긴 설명을 하지 못했다.
돼지는
‘주인님 할 말이 없습니다.
매일 같이 주인장의 보살핌으로 이 몸을 살찌운 것은 주인장이 필요할 때 이 몸을 쓰기 위함이니 어찌 죽기를 두려워 하리요’
돼지는 순순히 주인의 요구에 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