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솔로 남으리라 / 석현수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虎死留皮〕
정해(丁亥) 생(生) 돼지는 무엇을 남길까?
생각해 보니
살아 큰일 한 것 같지도 않고
이름 석 자, 목숨 건, 싸움도 없었구나.
대과(大過)도 무리(無理)도 없었다면
물 흐르듯 자연스런 길이었을까?
풍진 세상 헤쳐 오며
인생 구비 마다 속보이고 치졸(稚拙)했을
잔(小) 것 여럿의 누적된 허물이
죽을 죄 하나 보다 결코 가볍지 않을 터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어찌 성함이 있으리오.
돼지 같은 삶
얼룩진 흔적 없애 보려
나는 죽어서 구둣솔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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