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온달(2008)

손자(孫子)의 본때

온달 (Full Moon) 2015. 4. 13. 12:55

손자(孫子)의 본때

 

석현수

 

 

 

우마(牛馬)에 의한 수레가 고작 이동수단이었을 기원전과 현금(現今) 비행사가 우주여행을 하는 밀레니엄 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군(軍) 병법서(兵法書)란 군의 지휘 통솔을 위해 쓰여진 것인데, 돈을 버는 기업경영(企業經營)에 연결시킨다는 것은 더 더욱 맞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의 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생각하면 손자병법은 고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그 의미가 살아나는 기업 경영서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흔히들 말하기를 대 기업은 전문 경영인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전문 경영인 제도는 맞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오너 경영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왜냐하면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일궈온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기에 대타(代打)에게 그 역할을 맡긴다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손자병법의 아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손자(孫子)의 다음 이야기는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기원전 145년)의 손무열전(孫武列傳)에 나온다. 이 기록의 시대적 상황은 제(齊)나라에서 망명한 손자와 오(吳)나라 왕 합려(闔廬)가 벌인 궁정 뜰에서의 벌인 왕의 거만스런 면접시험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병서 13편을 지은 손자가 제 아무리 이름났던 장수(將帥)라 했더라도 외형에 있어서는 위엄도 출중함도 없었다. 꽤재재한 몰골에 피골이 상접한 사람을 장수라고 부르다니, 장수가 저 모양인가 하고 업신여기기 딱 알맞았다. 꼴에 장수랍시고 자기 키 보다 더 긴 칼을 끌듯이 차고 들어서는 손무는 게그맨 수준이었다. 어떻게 보면 병졸(兵卒)로도 쓰지 못할 재원으로 보였을 것이다. 합려(闔廬)왕은 손무를 시험한다. 손무는 궁녀 100명을 지휘해 보라는 왕의 지시를 받았다. 왕의 농 섞인 이 지시는 의도된 왕의 우롱이었을 지도 모른다. 손자는 궁녀들을 두 개 팀으로 나누고 각 팀 앞에는 합려 왕이 평소에 가장 아끼는 총희(寵姬) 두 사람을 뽑아 대장으로 지휘토록 하였다. 손무는 대열을 향해 ‘좌로보아’, ‘우로보아’, ‘앞으로 보아’ ‘뒤로 보아’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명령을 해 보았다. 그러나 궁녀들은 웅성대고 낄낄거리며 장수의 명령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손자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명령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는 것은 장수의 책임이니 다시 설명 하겠다’고 한 후 연거푸 3번을 설명을 한 후 같은 명령을 시도한다. ‘좌로보아’ ‘우로보아’ 해 보았지만 대열은 여전히 장수를 비웃고 키득거렸다. ‘군령이 애매하면 장수에게 책임이 있지만, 군령이 분명한데도 이행치 않는 것은 지휘하는 대장의 죄다’라고 호령한 후 맨 앞에 서 있는 왕의 총희 두 사람의 목을 단칼에 베어 추풍낙엽으로 바닥에 떨어뜨리니, 궁녀들과 더불어 조롱의 웃음을 웃던 합려왕도 그 비참함에 눈을 감았다. 손자는 다시 차선임 총희를 앞세워 똑 같은 명령을 시도하였다. 쥐 죽은 듯한 적막 속에 궁녀들은 모두 일사 분란하게 움직였다. 이어 손자는 왕에게 다가가 보고하기를 궁녀들이 잘 훈련된 듯하니 전하께서 직접 한번 해 보시라고 권 하였다만 왕은 두 총희를 잃은 슬픔에 손자의 요청 따위는 들은 척 만척하고 슬퍼하며 자리를 떴다고 한다. 

 

 

손자가 궁중의 오합지졸인 궁녀를 통솔 할 수 있었던 것은 칼이다. 통솔의 힘은 칼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신변에 위험을 느낀 궁녀들은 장수가 꽤재재 했던 귀태(貴態)가 났던 간에 날아가는 목을 보고는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현대식 경영이론을 빌린다면 손자에게는 칼이라는 상벌권(賞罰權)이 있어서 궁녀들에게 본때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중소기업이 반드시 전문경영인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무모한 설명일 수 있다. 이들에게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면 칼을 주어 위엄을 가지게 하는 일이다. 칼은 내가 차고 위엄은 네가 부리라는 것이 맞지 않다. 상호 이해관계가 없는 무상관의 관계에서 ‘좌로보아’ ‘우로보아’라고 내리는 명령은 쓸데없는 관여쯤으로 생각한다. 더욱이나 요즈음 직장인들 사이에는 칼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돈이라는데, 봉급봉투의 두께 결정에 상관없는 사람은 영원한 타인이다. 그래도 인정(人情)에 의해 복종한다는 것은 지능 지수가 두 자리 미만의 바보에게나 기대 해 볼 일이다. 봉급(돈), 승진, 보직, 포상 등에 관한 일들에서 권한을 가진자들 만이 윗사람으로써 홀로 서기가 가능하게 된다. 권한이 없으면 제 아무리 출중한 상관도 꾸어다 놓은 보리 자루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뜨겁지 않으면 불이 아니다. 본때를 보일 수 없는 곳에 영(令)은 서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밝은 이해타산에 의해 마음을 주고받는 만물의 영장(靈長)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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