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달구지 경영
석현수
터키의 어떤 고장에 가면
나귀를 거꾸로 타고 가는 한 노인의 그림이
이곳저곳 간판에 그려져 있다고 한다.
노인의 이름은 '호자' 이다.
'호자' 노인의 나귀 등 돌려 앉기는
길을 잘 알고 가는 나귀를 쓸데없이 간섭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나귀의 등에 거꾸로 돌아 앉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저희 아버지는 소달구지로 한 평생을 사셨다.
하루 중, 밤길 다섯 시간 낮길 다섯 시간
10시간 이상을 길에서 지내야 했던
노상인생(路上人生)을 사셨던 것이다.
밤길보다 낮 길이 더 힘드셨으니
퍼붓는 잠 때문이었으리라.
일단 나뭇짐을 거래 한 다음은
아버지는 소달구지에 걸터앉아 주무시고,
모든 임무는 소한테로 넘기셨던 것이다.
소는 반백리 길을 뚜벅뚜벅 걸어
제가 알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긴 세월에 아무 탈 없이 신작로(新作路) 인생을 사신
아버지와 그리고 동업자 역(役)이었던 소를
천운(天運)을 타고난 우인동체(牛人同體)라
지금도 생각 하고 있다.
너무나 익숙해 진 길을
공연히 간섭하여, 소도 사람도 같이 피곤한 상황을
만들어 가기 보다는
집 찾아 가기는 이제 동물이 더 이력이 나 있다고
생각하고 소에게 임무를 넘기신 것이다.
'호자' 노인의 나귀등 거꾸로 타기와
아버지의 소달구지 노상 취침은
시대와 장소만 다를 뿐 취지는 같은 것이리라.
아버지의 임무는
효과적인 짐 실기 이다.
요즘 말로하면 중량과 평형(Weight and Balance)이다.
뒤쪽으로 무게 중심을 너무 보내면
소가 편할 것 같아도
오르막일 경우 질메가 벗겨지는 사고가 날 수 있고
앞으로 무게 중심이 너무 기울면
과중한 무게가 걸려 내리막에는 소를 넘어지게 한다.
진정으로 소를 동업자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흔들어 대는 채찍이 아니라
꼭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을 하시는 것이었으니
적절한 부하(負荷)를 거는
짐 실기 즉 Load master 역할이었던 것이다.
숙달된 길을 매일 같이 오가면서도
부질없는 간섭으로 불안 해 하며
소를 힘들게 하기 보다는
짐승이 알아서 우차(牛車)를 끌고 가도록 맡겨 주는 것
나는 이것을 아버지의 '달구지(牛車) 경영' 방법이라
이름 하여 보았다.
혹여 우리는
모든 일에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소라도 할 수 있는 일 까지
내가 나서서 챙기고 있지나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봄 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