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애정 표시
석현수
세상에 무뚝뚝하기로서니
이런 사내가 또 있었을까?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마을에 한 농부가 있었다
별다른 능력도 없으면서 아이들은 많이 낳아
흥부네 처럼 여섯 남매나 두었다
그의 개똥철학은
자식이란 낳기만 하면
제마다 자기 밥숟갈을 가지고 온다나?
아낙은 항상
사내랑 그만 살겠다고
입버릇으로 말 하면서도
줄줄이 아이 낳고 혼자도 힘든 보릿고개를
고행(苦行)같이 더불어 건너는 것이다
천하에 정남이 없는 사내라고
입버릇으로 말 하면 서도 말이다
사내의 돈벌이는 나뭇짐 팔기
더해서 갈치 꼬리만한 자갈밭 몇 뙤기 뿐
시쳇말로 경제능력 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꼴난 사내의 어설픈 애정 표시 때문에
속아서 한 해를 사는 것이었다.
"이눔의 종낙 들아 밖에 나가 놀아라."
불화 같은 사내의 성화에 여섯 아이는
집밖으로 내 몰리고, 삽짝(大門)을 문은 닫힌다
그리고는 아내는 부엌으로 호출이다
"이년아 오늘이 네 생일이다
이거나 먹어라, 귀한 거다"
무뚝뚝한 사내가 내미는 것은
삶은 계란 몇 개
그것은 전일(前日) 마을을 돌며 간신히 구한 계란이었다
눈물이 가려, 목이 메여,
아내가 북받쳐 우는 동안
무뚝뚝한 사내는 위로의 말도 없이
휑하니 지게 지고 산으로 향해 버린다.
사내의 기행(奇行) 같은
단 한 번의 애정 표시가
또 한해를 속아 사는 아낙의 힘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장미꽃 백 송이를 들고
무릎 꿇고 숨 넘어 가는 애정 표시를 해도
이혼율이 30% 가 넘는 세태에
단지 삶은 계란 몇 개로
아내를 사로잡던 무뚝뚝한 사내의 모습
꽃을 든 남자(?) 보다 감동적이지 않는가
무뚝뚝한 남편과
허기진 아내들이 살아가던 모습이었다
그리 오래지 않은
내가 어릴 적 마을에 있었던 일
벙어리 같이 무뚝뚝했던
시골 남정네들의 카리스마가 가끔은 그리울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