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마당*
석현수
자갈밭 길목에
복숭아꽃이 예뻤었나 봐
그래서 도원동桃園洞이겠지
옛날엔 참 순한 곳 이었을 게라
낮엔 숨을 죽이고
밤에만 기지개를 켜는 곳
붉은 등이 걸리고
혈기 왕성한 사내들은
텍사스 카우보이로 말 달리는 곳
밤이 깊을수록
문전성시 이루고
거친 수컷들의 발정이 숙지면
새벽녘 잠이 드는
예쁜 꽃들
이들이 옛 이름을 지킨다
자갈밭
황량한 마당에
꽃들은 지고 피고
아라비안 나이트 긴 꿈은
연중무휴 돌아간다
수창동, 인교동 어느 구석 떼기
감 씨 하나 크기로 박힌 동네
길고 깊은 골목
비 오는 날엔
고운 정들이 흘러내리며
하룻밤 풋사랑 노래 소리 나는 곳이다
*자갈마당은 대구 중구 도원동에 위치한 텍사스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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