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그리며
석현수
꼭 이른 새벽에 전화가 온다.
“저흰 잘 있어요.”
아무 일 없다는 안부전화가 어찌 내 귀에는 “아빠 힘들어요.”로 들릴꼬? 수화기 들기가 망설여질 때가 있더라.
부모님 쪽 전화면 편찮을 가능성이 크고, 출가한 딸자식 것은 도저히 못살겠노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경우가 많다는 우스개를 들은 적이 있다. 숙제 다 풀었다며 너털웃음 날릴 것 같아도 아비는 늘 네 생각을 끼고 살아야 한단다. 지나 보아라, 때가 되면 알게 되리니. 내 오금은 오늘도 펼 수가 없구나.
완전히 뿌리를 내렸겠지.
그쪽 집 귀신이 이 다 되었겠지.
바보들이나 하는 말이다.
그건 내가 죽어서야 가능할 일이겠지. 한 해 두 해 소걸음이 일곱 해를 지나는구나. 아무튼, 잘 견뎌주는 네가 무척 고맙다. 출가외인이란 말은 내 사전에 없는 말이다. 여식이란 아버지에겐 보이지 않는 혹이다. 아마도 나는 너를 달고 다니는 혹부리 영감일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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