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꽃보다개(2013)

돈이 되기로서니

온달 (Full Moon) 2015. 4. 16. 15:11

돈이 되기로서니 

 

석현수 

 

 

돈이 된다면 너도나도 판을 벌인다.

좁은 땅덩이에 과밀하게 살아야 하는 경쟁 때문이리라. 한 집 건너 다방이 있던 때가 있었다. 망국의 징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의료 복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한 집 건너 한 집으로 요양원이 생기고 있다. 이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돈만 된다면 누구나 뛰어드는 자유경쟁체제이니 이 분야에 특이 패러다임이 생기고 있다. 요양원이 남길 후유증을 미리부터 걱정해 본다.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영악한 현대인들의 신종 고려장으로 오· 남용될 것 같아서다. 복지보다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요양원은 말 그대로 요양하는 곳이다.

휴양하면서 조리하여 병을 치료하는 것이 요양원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잘만 운영한다면 노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의료혜택은 없으리라. 핵가족 시대에 가족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때 조직화한 기업의 손을 빌린다는 것은 절대로 나무랄 일이 아니다. 보호사, 간호사와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의 진료를 조석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공동으로 간호인을 쓸 수도 있어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요양원은 매력이 있다.  

 

무서운 것은 복지 개념에서 돈을 만드는 사업 수단으로 변질해 가는 것이다. 교회가 운영하는 자선 사업도 아닌데 누구 좋아하라고 복지 복지 하면서 황금을 돌로 보겠는가.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알고 돈 좀 벌어보자며 너나없이 매달리기 시작하는 데 문제가 있다. 어린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유아원에 보내는 것처럼, 노인도 장례예식장에 가기 전에 요양원에 먼저 들르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개념 없이 사업을 벌이는 경우다.  

    

요양원은 인구 밀집 지역으로 모여든다.

마치도 옛날 다방의 경우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다. 교통이 편리하고 가족들이 한밤중이라도 들를 수 있는 손쉬운 곳을 찾는다. 환자의 요양을 위해 공기가 좋은 곳이거나, 소음으로부터 먼 한적한 곳에 있지 않다. 날고 들기 좋은 곳을 최우선으로 한다. 입· 퇴원이 쉽고 특히 장례식장이 있는 큰 병원 부근이 안성맞춤이다. 환자 중심에서 성한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다.  

 

요양원 노인에게 보육원 육아 같은 관심이 있을 리 없다.

처음에는 몇 번 찾아오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보호자의 방문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급기야 죽어도 오지 않는 이마저 있다고 한다. 노인을 버리기 위한 순서 같아서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환자 치료보다는 가족의 고생을 덜기 위해 환자 격리에 더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요양원이 만들어 내는 한국 사회의 비극이다.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사람이 드물다. 병원마다 장례 식장이 성업 중이다. 가정에서 병시중이 어렵다며 너나없이 요양원에 환자를 맡기기 시작한다. 요양원도 장례식장 못지않게 성업 중이다. 사업가는 요양원이란 돈 버는 아이템이 하나 더 생겨서 좋고, 노인이 있는 집은 요양원에다 부모를 모실 수 있어 좋다. 명색이 요양하는 곳이니 아무 데나 부모를 내다 버렸다는 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다. 찾는 사람이 있어서 공급자가 생겨난다. 한 집 건너 한 집으로 옛날에 다방 생기듯 요양원이 대세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다. 사람 사는 풍습도 달라져 부모도 거동이 불편해지면 서슴없이 가족구성원에서 탈락시켜 이곳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요양원이 노인을 버리거나 거동 불편한 이들을 수용하는 장소로 변질할 것을 우려한다.

서구에서 먼저 생긴 사회복지기구가 한국에서 재빠르게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에까지 장삿속을 넣는다면 우리는 좋은 머리를 엉뚱한 곳에다 쓰고 있는 꼴이다. 아무리 돈이 되기로서니 돈을 번 당신도 가까운 장래에 이곳 신세를 져야 할 때가 올 텐데, 자신을 옥죌 장치를 너무 망가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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