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운문

돌맹이

온달 (Full Moon) 2015. 5. 26. 18:22

 

 

돌맹이 하나

 

                                         김 남 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 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맹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위에 파문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맹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불씨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 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새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하나 같이 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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