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김용오
당신이 땅을 일구며 흘린 많은 땀방울로
운동화도 책가방도 필통도 사고
도시로 나가 편하게 하숙도 하였습니다.
안 먹고 안 입고 아껴 보내 준 돈으로
먹고 살 세상 공부는 하지 않은 채
헌 책방의 문학 잡지와 시집들만 사서
밤세워 읽고 또 읽으며
삶에 지친 외로운 영혼들을 사랑한 죄로
그만 운명처럼 시인이 되었습니다.
하늘을 품고 사는 비현실적인 사람
마음 부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맑고 깨끗하며 더 없이 정직하다고
늘 말씀하신 흙이 낳은 돈으로.
그의 시집『사부곡』23쪽에서
김용오 시인 《시문학》등단(1982)
현대시인상 수상/ 시문학상 수상(제24회)
시집: 『신의 수염』,『동화 작용』,『두 사람에 관한 성찰』,『멀티 오르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