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美世麗尼(2018)

Ph. D. 카메라

온달 (Full Moon) 2018. 2. 20. 15:05

 




Ph. D. 카메라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카메라도 거리, 밝기, 셔터속도 등을 일일이 조절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 자동이 되어 찍기 기술의 평균화가 이루어졌다고나 할까.

 

일부 소수의 전문 작가의 작품 출사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장소에서도 초입자도 불안해 할필요가 없다.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만사형통이다. 척척 알아서 일을 해 내는 요물에 박사 칭호를 줄만도 하지 않는가?

Ph. D. 는 원래 철학박사의 호칭이지만, 철학을 모든 학문의 근간으로 여기는 서양에서는 일반적인 박사학위를 두루 Ph. D.라 부르고 있다. P. H. D 카메라도 기계에 상당한 대접을 해 주어 박사 칭호를 부쳐준 줄로만 알았다.

 

사진기의 P. H. D는 상당히 엉뚱하다. 대접하고는 거리가 먼 조롱 섞인 비아냥거림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인 즉 P. H. D가 "등신아 여길 누르기만 하면 돼! (Push Here Dummy!)"의 첫머리 글자를 딴 것이라나?

 

서양사람들 재치가 여간 아니다. 물론 나도 셔터 정도만 누를 초입의 실력이다. 불로그에 사진 카테고리를 정하면서 일련번호 앞에 Ph. D. 를 붙여서 순서를 정했다. 바보라도 찍을 수 있는 사진기를 들이대고 찍은 스냅사진을 무슨 배짱으로 작품 몇 번이라고 하겠는가.

 

내 비록 P. H. D수준이지만 언젠가 사진 박사소리 한번 들어야 할터인데 …. 디지털 자동카메라로는 Ph. D의 길이 요원할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봄이면 봄꽃이 있는 데로 가을이면 가을 단풍이 있는 데로 계절을 담기에 바쁘다. P. H. D 카메라는 나를 놀리고 있다. “등신아 여길 누르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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