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人情事情(2019)

달팽이 해결사

온달 (Full Moon) 2018. 11. 2. 11:36

달팽이 해결사



 중국의 태산과 양쯔강은 주도권을 두고 수경년이나 서로 다투

었다. 경 년은 만․억․조․경萬․億․兆․京 순으로 보면 대단히 큰

숫자다. 태산이 말하기를 “양쯔강이 양보하지 않으면 내가흙먼지를

날려 실개천 같은 너를 흙으로 메워버릴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양쯔강은 양쯔강대로 자신의 위용을 앞세워 응수하기를 “태

산이 시비를 멈추지 않으면 너 같은 조그만 언덕쯤은 내 물방울로

완전히 쓸어버리겠노라.”라고 했다. 이때 달팽이가 이 싸움의 중재

에 나섰다.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보다먼저 두 쪽의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한

다. 달팽이가 사는 중원[河南城]은 태산과 양쯔강의 중간지점에 있다.

중원에서 태산까지는 달팽이의 느린 걸음으로는 왕복 삼천 년이 걸

리고다시 중원으로돌아와양쯔강까지갔다 오는데다시 삼천년이

더 걸린다. 합하여 6천 년의 대장정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달팽이

의 수명은 아침과 저녁 사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날 중원의 달

팽이는 결국 주위에 있었던 땅강아지나 개미의 웃음거리가 되어버       63


렸다고 한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마치 태산과 양쯔강의

다툼을 연상하게 한다. 지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옛날에 비하면 이

웃처럼 가까운 나라들이다. 비행기라면 한나절이면 오고 갈 수 있

다. 문제는 마음이다. 지금 두 나라의 마음은 당시의 태산과 양쯔강

거리보다 더 멀어져 있다.


 미국을 태산이라 하자. 세계 최대의핵보유국으로이나라를대적

할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땅덩어리로 보아도 북한의 100배에 가까

운 대국이다. 검은 백조나 항공모함 한 대면 상대를 거덜 내고도 남

을 힘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북한에 계속 경제 봉

쇄를할 것이고그래도말을듣지않으면선제공격으로북한을초토

화시켜 버릴것이니우리가원하는영구적이고되돌릴수 없는비핵

화 길로 나오라.”라며 큰소리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양쯔강처럼 유유히 여유를 부린다. 북한은 이미 핵

무기 개발을 마친 상태여서 개발은 더 필요가 없어졌다. 핵을 실어

나르는 운반수단도 갖추어졌다. 핵무기나 ICBM을 현실화한 마당에

핵 포기보다는 핵 개발중단으로 핵보유국으로서의 대우를 받고 싶

어 한다.


 핵 실험장을 없앤다든지 미사일 발사 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선

에서 마무리하고 싶을것이다. 어렵사리 마련한 핵 무장능력을 경제

를 빌미로 쉽게 내다버릴수 있겠는가? 비록나라는작지만, 배포는

클 대로 크다. 항시 전투준비가 되어있다고 승리를 호언장담하고 있

다. 미국의 으름장으로 쉽게 말라버릴 작은 개울 정도가 아니다.

“미국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우리도 선제공격해서 상대의             64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리겠다. 핵무기 보유국을 향해 핵무기 포기

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강도질이다. 협상이 진전이 없는 것은

미국 책임이며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 때문이다. 북의 조치에 상응한

조치를 그때그때 내놓아라. 시간을 끌면 언제 양쯔강이 범람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며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이 두 대결을 완화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미국의 콧대와 북한의

꿍꿍이는 태산보다 높고, 양쯔강 물줄기만큼 거칠다. 달팽이를 질리

게 만든 태산과 양쯔강의 거리는 이웃의 거리로 좁혀졌다. 어렵다던

3천 년의 거리도 비행기면 반나절이다. 자주 만나 둘 사이의 폭을

좁혀 나갈 수 있지 않겠나.

 현대판 다툼에서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지금

이야말로 달팽이의 등장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모두가 어렵다고

물러설 때 1%의 희망이어도 좋다며나설 수 있는 달팽이의용기, 당

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지 못할지라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가면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집념과 신념이 있었던 그때의 달

팽이를 기다린다. 그날 중원의 달팽이는 주위의 땅강아지나 개미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지만 지금 세계는 빈정대는 무리보다는 집념

의 중재자仲裁者 달팽이를 원한다.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은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일, 설마 주도권을 두고수경년이나 서로 다

투고 살 수는 없겠지.                                                                  65


 


'著書 > 人情事情(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위는 축복이다  (0) 2018.11.02
비서祕書  (0) 2018.11.02
상생의 가을을 기다리며  (0) 2018.11.02
경제는 경쟁이라 쓰고 전쟁이라 읽어야 한다.  (0) 2018.11.02
네 탓보다 내 탓이 먼저다  (0) 2018.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