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운문

연을 날리며

온달 (Full Moon) 2019. 8. 25. 10:32




연을 날리며

 

                         

                              도경원

 

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른 꿈

우리 사이에는

때도 없이 거센 바람이 불어

손끝으로 전해오는 너의 흔들림이

온 몸으로 느껴져서 가슴 졸인다

 

네가 붙잡고 있는 끝이 내가 보낸

동앗쥴아었으면 좋았을 것을

연약한 한 가닥 실낱인 듯싶어

끊어질 듯 팽팽한 감촉 때문에

애간장이 다 녹아내린다

 

오래 붙잡고 있을 수도 없을 듯

너의 흔들림은 더욱 커지고

언제 이 줄마저 잘려 나가

우리의 호흡까지 두절될는지

감당 못할 두려움이 몰려온다

 

언제쯤이면 이 바람이 잦아들까

그때는 너의 흔들림도 멈취질까

이 줄을 놓지 않으면 너는

언제까지나 거기에 떠 있을까

가만히 끌어당기면

다시 내게로 올까…

 

『월간문학 2019. 08』 이달의 신작 p. 74


'좋은 글 모음 > 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자상 (父子像)  (0) 2019.08.28
조국祖國  (0) 2019.08.26
지렁이들  (0) 2019.08.23
나이가 들면서   (0) 2019.08.18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0) 2019.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