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상 (父子像)
시조시인 정완영
사흘 와 계시다가 말없이 돌아가시는
아버님 모시 두루막 빛 바랜 흰 자락이
웬일로 제 가슴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오는 아버님 여일(餘日) 위에
꽃으로 비쳐 드릴 제 마음 없사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 듯한 어린 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날 그때의 아버님을 닮습니다.
-「부자상 (父子像)」전문
이 작품이 해설이 필요 없이 쉽다는 것은 이 작품을 해설한 시인도 작품 그대로를 해설로 쓰고 있음에서 알 수 있다. 품격은 ‘느껴지는 품위’다. 있다, 없다가 아니라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할아버지- 아버지-나로 이어지는 닮음은 시인만의 부자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편성이다. 쉬운말, 보편적인 상황을 드러내어 모두가 공감하게 한다.
품격있는 작품이란 이렇듯 아름다운 생각과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정완영의 품격있는 작품이 갖추어야 할 것으로 든 것이 ‘말’이었다. 비속어 천속어가 들어가 있는 작품은 품격있는 작품이 될 수 없고 , 말을 통해야 하는 것이기에 보편성을 가져야 하고, 더욱 품위를 갖추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작품이 쉽고 품위 있는 말로 작품의 품격을 살린 작품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정서가 한국적 정서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다.
- 시조시인 문무학의 시조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