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버시
신랑, 신부를 가리키는 ‘가시버시’는 아직까지 주변에서 들어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가시버시’는 ‘가시밧’의 변화형으로, ‘가시밧’이 ‘가시바시’를 거쳐 ‘가시버시’로 남은 것이다. ‘가시밧’은 ‘가시’와 ‘밧’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가시’는 어원적으로 ‘갓[妻]’에 속격 조사 ‘’가 결합된 ‘가새>가싀’의 변화형인데 ‘아내의’라는 속격 의미가 아니라 ‘아내’라는 명사적 의미로 쓰인 것이다. ‘밧’은 ‘[外]’ 즉 ‘밖’의 또 다른 표기이다. 여기서의 ‘’은 ‘외(外)’의 뜻이 아니라 ‘사내’, ‘남편’의 의미로 쓰였다. 이렇게 ‘가시버시’는 ‘부부(婦夫)’의 뜻을 지닌다(『간추린우리말사전』참고). 보통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옴살(매우 가깝고 친밀한 사이)’에서 ‘다솜(애틋한 사랑)’으로 감정이 발전하면 여러 ‘아음(친척)’들과 벗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가시버시의 인연을 맺게 된다. ~중략~ 결혼식을 마친 가시버시는 신방에 들어가서 첫날밤을 보내게 되는데 이를 순우리말로 ‘꽃잠’이라고 한다. ‘첫날밤’은 식상하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꽃잠’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한 잠이라는 느낌이 드는 예쁜 우리말이다. 흔히 신혼부부의 ‘집알이(새로 집을 지었거나 이사한 집에 집 구경 겸 인사로 찾아가는 일)’에 가서 짓궂게 “첫날밤은 어땠어?”라며 물어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꽃잠은 어땠니?”라고 물어 보자. 그러면 그들의 사랑이 더 예쁘게 영글어 갈 것 같지 않은가? 출처 : 박인경의 글 <꽃잠 잔 가시버시> 중에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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