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다시 감은 소경
서화담 선생이 길을 가다가 집을 잃고 길가에서 우는 사람을
만났더랍니다. "너는 왜 우는가?" 대답하기를,
"저는 다섯살에 눈이 멀어 이제 스무해나 되었습니다. 아침에 나와 길을 가는데 갑자기 천지만물이 맑고 밝게 보이는 지라 기뻐 돌아가려 하니, 골목길은 갈림도 많고 대문은 서로 같아 제 집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웁니다."
선생이 말하기를
"내가 네게 돌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도로 네 눈을 감아라.
그러면 내 집을 찿을수 있으리라."
이에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려 걸음을 믿고 도달 할 수 있었더랍니다. 이것은 다른것이 아닙니다. 빛깔과 형상이 전도되고, 슬픔과 기쁨이 작용이 되어 망상이 된 것이지요. 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음을 믿는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분수를 지키는 관건이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보증이 됩니다.
여기서 도로 눈을 감으라는 말은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뜻이다. 그저 장님주제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마음의 눈이 닫히면, 육체의 눈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아니 오히려 해가 된다. 눈을 뜨자 정말로 장님이 되어버린 장님과, 장님이 되고서야 마음의 누을 뜬 장님중 누가 더 나은가?
정민의 책읽는 소리 (139쪽에서 발췌)
'온달 > 稗說'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따스한 마음 (0) | 2020.02.26 |
---|---|
도스도예프스키 (0) | 2020.02.25 |
남 극 기 적 (0) | 2020.02.22 |
생각이 너무 많아도 (0) | 2020.02.20 |
극과 극의 인간 유형 (0) | 2020.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