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 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 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어머니. . . . . . . . . .
오세영 (吳世榮, 1942- , 시인)
'좋은 글 모음 > 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도 환한 봄날 (0) | 2020.05.27 |
---|---|
첫 사랑 (0) | 2020.05.11 |
春 信 (0) | 2020.05.06 |
새는 날아 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0) | 2020.05.04 |
감자와 그밖의 것들에게 (0) | 2020.05.02 |